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삼성-애플 소송전쟁, 최후의 승자는?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충무로에서]삼성-애플 소송전쟁, 최후의 승자는?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AD

미국은 소송천국인 나라다. 인구대비 변호사 수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고 소송만능주의가 일반사람들의 일상적 사고 속에 깊게 뿌리내려 친한 사이에도 서로 의견이 다르면 "맘에 안 들어? 그럼 고소해"라는 농담이 흔히 오간다.


기업 소송과 관련해 미국법이 우리나라 법과 다른 점은 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에 더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까지 해주라고 판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995년 미국의 한 기업은 직원이 종이봉투에 전화기를 넣어가지고 나가는 것을 적발하고 회사기물 반출 및 도난 혐의로 종업원을 해고했다. 그런데 조사결과 이 직원은 개인전화기를 샀다가 반품하기 위해 회사로 가져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이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명예훼손에 의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보상하라면서 회사에 우리 돈으로 약 112억원을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이른바 '불법행위법(tort law)'에 따른 배상판결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는 "돼지(기업)가 법정에 들어가면 소시지가 돼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미국 법 제도의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배심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배심원들은 '보통시민'이다. 특별하게 법적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고 고도의 지적인 교육수준을 갖춘 사람이나 전문가들도 아니다. 범죄경력이 없고 해당 재판에 편견이 없는(없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배심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신이 속한 집단의 보편적 가치나 주변의 정서에 동화되는 경향이 발생한다. 1995년 앨라배마 주법정은 미국의 한 자동차 회사가 흑인 자동차 딜러에게 "흑인이 자동차 딜러를 하게 되면 백인보다 도산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천문학적인 피해액 및 정신적 피해 보상을 해주라고 판결했다. 앨라배마 주 인구분포의 특성상 이 법정의 배심원들은 당연히 흑인이 많았다.


최근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 사건에서도 미국 배심원들은 압도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주었다. '상식에 기초한 판단'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동일한 사건을 한국법정에서 다루었다고 하면 한국의 배심원단 역시 같은 상식으로 동일한 판결을 내렸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배심원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보편적 가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몹시 부당해 보이더라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글로벌 시대의 차가운 현실이다. 특히 미국은 물리적인 수출시장은 비교적 자유롭게 열어두는 대신 '법'이라는 높은 진입장벽을 쌓아놓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시장에 진출했던 일본 기업들도 미국시장에서 혹독한 '법정 신고식'을 여러 차례 치렀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수출이 전체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구조라면 해당 국가만의 독특한 진입장벽을 우회하고 대비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기업 소송은 단순한 법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경제논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경제학자, 문화전문가, 심리전문가, 특허전문가 등이 총동원되는 일종의 '사회적 전쟁'이다.


이번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 측이 크게 패소했지만 변호인단이 남긴 한마디는 의미심장하다. "소송에 이겨서 승리한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일본의 전자회사들이 좋은 품질의 전자제품들을 저가에 미국에 수출하자 미국 전자업체들은 일제히 "약탈가격"이라면서 무더기 법정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그 미국 전자업체들은 지금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소송만능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혁신 뿐이다. 삼성ㆍ애플 특허전쟁의 진정한 승자가 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