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3일 당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간 분리)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는 선을 그어 모순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날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의 금산분리 안에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풀이돼 대선 가도에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금산분리는 세계 경향이 금융위기 후에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도 그런 쪽으로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다만 구체적인 금산분리 강화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는 "야당은 지배구조를 굉장히 중심에 두고 이야기 하면서 경제주체 간 편을 나눈다"며 "그렇게 나가다보면 재벌을 다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나 당이 주장하는 건 국민 편 가르거나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경제력 집중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금산분리를 강화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금산분리의 실질적인 강화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상당수 대기업은 은행을 제외하고 카드사와 보험사 등 제2금융에 상당수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지분소유를 제한하거나 중간지주회사를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박 후보가 지배구조 개선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힘으로써 경실모의 금산분리 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후보가 어떤 맥락에서 말씀하셨는지 사전지식이 없어 조심스럽지만 의결권을 제한하는 정도를 말씀하신 것으로 추측된다"며 "중간지주회사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을 담은 경실모의 금산분리안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당내 모임인 경실모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한도와 의결권을 제한하는 금산분리강화방안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줄이고, 대기업의 금융계열사들만 따로 모아 금융지주회사의 관리 하에 들어가게 해 별도고 관리하는 '중간지주회사'를 도입키로 했다.
삼성의 경우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산업자본과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캐피탈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경실모의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가칭 '삼성금융지주회사'라는 중간지주회사가 새로 설립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관리하게 된다.
경실모는 이날 간담회에서 박 후보의 입장이나 당론과 충돌할 경우 국회토론을 거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론으로 결정이 어려울 경우 민주통합당 등 야당과 함께 통과시킬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최고라는 입장은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 자세"라며 "경제민주화의 목적과 정책 효율성, 실질적 효과 등을 바탕으로 의견을 모아 가장 효율적인 당론을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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