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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본 측 강경·전방위적압박에 뚜렷한 대응책 못 내놔..."대통령 독도 방문이라는 최후의 카드 이미 써버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10일 독도 전격 방문으로 촉발된 한일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차분한 대응'만 강조하고 있을 뿐 일본 측의 강경하고도 전방위적인 압박에 뚜렷한 대응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위안부 문제 사과 등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국제사법제판소(ICJ) 제소ㆍ한일 통화교환협정 재검토 등 정치·경제·외교 등 모든 카드를 동원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반면 대일 의존도가 큰 한국 정부는 안 그래도 마땅히 쓸 카드가 없는 데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라는 사실상 최후의 패를 이미 써버린 상황이다. 겉으로는 '차분한 대응'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립서비스'일 뿐 사실상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7일 이 대통령에 노다 총리 명의의 공식 서한을 보내 독도 방문 및 이 대통령의 일왕 관련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노다 총리의 서한에서 "독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또 한국이 제소에 응하지 않을 경우 독도 관련 각료회의가 열리는 21일 이후 한국에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제안하는 구상서를 보내고, 한국이 거부할 경우 단독 제소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단독 제소 역시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재판이 불가능하지만 한국 측이 거부 이유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설명할 필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런 수순을 통해 한국의 설명을 이끌어냄으로써 독도가 영토 분쟁지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킨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이를 위해 지난 15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상륙했다 체포된 홍콩 시위대 14명을 사법처리하지 않고 이틀 만에 신속하게 송환하는 등 한국과의 독도 영유권 분쟁에 집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직접적 타격으로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의 중단 또는 규모 축소, 한국 국채 매입 방침 철회, 오는 9월 APEC 정상회담시 한일간 정상회담 거부, 오는 10월 유엔총회에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임기 2013∼2014년)을 선출할 때 한국을 지지하지 않는 방안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특히 차관급 이상의 협의와 한국 정부 관리 초청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일본 내각은 모든 부(府)ㆍ성(省)ㆍ청(廳)에 한ㆍ일 양국이 포함된 회의와 정책, 교류 사업을 재점검하고 20일까지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우리 정부는 이날 독도에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표지석을 제막했다. 이날 오전 독도의 동도 망양대에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김관용 도지사, 이병석 국회부의장, 김찬 문화재청장, 최수일 울릉군수, 독도주민 김성도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독도 표지석' 제막식을 개최했다. 표지석은 독도경비대가 주둔한 동도의 망양대에 있는 국기게양대 앞에 설치됐다. 대통령 이름으로 된 표지석이 독도에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밖의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강경한 전방위적 압박으로 경제계ㆍ재일 교포 등을 중심으로 수출입 손실ㆍ신변 안전 등 한일간 갈등으로 인한 각종 피해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차분한 대응'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일단 일본의 독도 관련 제안이나 요구를 모두 거부하는 한편 일본의 물고 늘어지기 전략에 말리지 않기 위해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노다 총리 명의의 서한에 대해선 일단 접수한 후 무시할 지,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답신을 보낼 지 고민 중이다. ICJ 제소의 경우 불응할 경우 아무런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도 파기ㆍ축소될 경우 일본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지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독도를 둘러 싼 한일 갈등이 불거졌을 때 사실상 가장 강력한 패인 '대통령 독도 방문'을 이미 소진해 버린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실제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대통령 독도 방문은 우리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이벤트이자 한일 갈등시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며 "그런데 이 대통령이 전격 방문해 버리는 바람에 한국 정부는 이제 독도 관련 한일간 갈등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이 독도를 안 간 것은 일본 정부의 식민지 지배ㆍ위안부 문제 사과 등 한일간 현안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당분간 한일간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 정부가 출구 전략 마련과 수출입 등 경제적 피해와 교민 신변 보호 등 만약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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