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일본과의 관계에서 원칙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국제사회에 독도가 한일간 영토분쟁지역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하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우려는 있지만, 원칙적인 분야에선 단호하게 대응하는 게 향후 한일 관계에서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독도문제를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한일군사협정 파기 등 양국외교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방문은 향후 양국 외교에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부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그간 현직 대통령이 독도를 다녀간 적은 없지만 우리 영토에 우리 대통령이 못 갈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도 "이번 방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대통령이 한번 가보고 싶어했으며 이번 방문의 의미에 대해서는 (기자가) 알아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방문일정이 최근 갑자기 잡혔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던 한일관계에 변화를 주기 위한 정책적 판단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한일군사협정 파기 사태에서 드러났듯 한일간 외교사안을 논의하는 데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은 "한일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논의가 있지만 한편에서는 역사·영토문제 등 원칙적인 분야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번 방문으로 양국간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탄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독도와 관련한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국내 영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일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추후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이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부각하고자 하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그간 독도가 명백한 한국 영토인 만큼 일본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되 국제무대에서 분쟁화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적으로 분쟁화시켜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해결하자고 주장해 왔다. 남 소장은 "일본 정부는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이같은 주장을 꾸준히 했다"면서 "이번 방문으로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문제를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거리로 만들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획을 긋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선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양국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는 와중에 독도를 방문하는 진의를 알 수 없다"며 "방문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정부 당국자의 반응을 실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는 당국자 반응을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일부는 이 대통령이 임기 말인 만큼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 자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자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토문제를 적극 부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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