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구하기' 독일도 지지..경기부양 정책 기대↑
위험자산으로 눈돌린 외국인.."한국증시 싼 매력 부각"
그간 글로벌증시 대비 상승폭 미미했던 코스피 급격한 '리커플링(재동조화)'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1차 저항선으로 꼽히던 1920선을 뚫더니 이후로는 승승장구다. 9일 코스피는 37포인트 이상 오르며 단숨에 1940선 위로 올라섰다. 선봉에는 외국인이 서 있다. 지난달 말부터 '바이(Buy) 코리아'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전날 현·선물을 동시에 강하게 사들이면서 시장 전문가들의 '긍정론'에 무게가 실렸고, 이날 역시 분위기를 이어가며 박스권 상향돌파 및 추세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뭐든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지난 27일 이후 '드라기를 믿습니다' 장세가 이어졌다. 다만 여기에는 의지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안이 없어 한편의 우려는 여전했다. 여기에 독일이 힘을 보탰다. 이번 주 초 독일이 ECB의 시장개입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의지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이 기반이 된 '유로존 구하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졌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팀장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기대감이 생기긴 했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독일이라는 벽을 넘어야 했다"며 "그런 독일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드라기 발언의 실효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분위기가 풀리며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 기대감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 시장 전문가들은 적어도 다음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및 ECB 통화정책회의까지는 기대감이 이어지며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유럽위기 해결 기대감은 투자자들의 눈을 위험자산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달 중순까지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국내증시에서 자금을 '인출'해갔던 외국인들은 충분한 '사자' 여력과 국내증시의 '싼 매력'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옵션만기일을 맞은 한국증시는 2% 가까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험자산 선호국면의 초·중기에 한국증시는 좋은 투자대상"이라며 "최근 글로벌 이머징마켓(GEM)펀드로의 순유입 강도가 높아지고, 독일 국채 1년물의 마이너스 금리 탈출이 시도되는 점은 위험자산으로의 자금흐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초기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조 단위의 강한 매수세는 단순한 기대를 넘어 뭔가 확신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의 절반 이상이 바스켓 형태로 유입되고 있어 매수 종목군이 대부분 시가총액 40위권을 넘지 않는다"며 "추가적으로 '아시아 존'으로의 자금유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개인들의 복귀는 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장에 대한 불신이 아직 큰 데다 정확히 외국인이 왜 사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서다. 개인은 지난달 27일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5조6000억원어치 이상을 던졌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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