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0% 이상 증가' 세계 6위 외환보유국으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스위스중앙은행(SNB)이 자국 통화인 스위스프랑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스위스프랑을 시장에 내다 풀면서 스위스의 외환보유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약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가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지만 SNB는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1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의 외환 보유 규모는 올해 들어 40% 이상 급증해 3650억스위스프랑으로 늘었다. 스위스의 외환보유 규모는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대만에 이은 세계 6위가 됐다. 씨티그룹의 외환 투자전략 부문 대표인 스티븐 잉글랜더는 "스위스가 새로운 중국으로 대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외환보유고가 급증한 이유는 지난해 도입한 최저 환율제 덕분이다.
유로존 부채위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유로를 버리고 스위스프랑으로 몰려들면서 스위스프랑 강세가 나타나자 지난해 9월 SNB는 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이라는 최저 환율제를 도입했다. 유로당 1.20스위스프랑 선이 무너지면 무제한으로 스위스프랑을 방출해 유로 매수에 나섰던 것이다.
최저 환율제는 결과적으로 유로를 중심으로 스위스 외환보유고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2분기 말 기준으로 스위스 외환보유고에서 유로 자산은 2159억스위스프랑으로 집계됐다.
SNB는 유로존 위기가 깊어졌던 지난 5월과 6월 스위스프랑 강세가 나타나자 수백억 유로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환 애널리스트들은 SNB가 스위스프랑 강세를 억제하가 위해 하루에 30억스위스프랑 규모의 유로를 매입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외환보유고에서 유로화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1%에서 60%로 급증했다.
유로 자산 급증에도 SNB는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강세를 나타낸 달러와 엔 자산도 동반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SNB는 이날 e메일 성명을 2분기에 82억스위스프랑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127억스위스프랑 손실에서 흑자전환한 것이다.
보유 외환에서 지난해 2분기 115억스위스프랑 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77억 이익으로 돌아섰다고 SNB는 밝혔다. 또 금 보유에서도 5억230만스위스프랑 수익이 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16억스위스프랑 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65억스위스프랑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08억스위스프랑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SNB는 최저환율제 정책을 한층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SNB는 2010년에도 지금처럼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고 당시에는 사상 최대 192억스위스프랑 손실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SNB 필립 힐데브란트 총재를 갈아치워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토마스 요르단 SNB 총재는 지난달 초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최저 환율제를 적용한 무제한 외환 매입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SNB가 최근 호주 달러나 스웨덴 크로나 강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늘어나는 유로 비중을 줄이기 위해 SNB가 유로 대신 호주 달러나 스웨덴 크로나 매입도 늘렸다는 것이다. 최근 유로 대비 크로나 가치는 1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호주 달러도 유로에 대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UBS의 지오프리 유 외환 애널리스트는 "스웨덴도 스위스와 같은 통화정책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도 크로나 가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스위스와 같은 최저 환율제 도입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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