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수출 금융 지원 대책 마련 늦어진 것 강하게 질책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렇게 할 거면 장관 주재로 회의를 해도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열린 제129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짜증'을 냈다. 올해 3월 이미 수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대책 마련을 지시했는데, 이날 회의에서 똑같은 얘기들이 또 나오자 질책한 것이다.
이날 회의는 세계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및 제작 산업에 대해 정책금융기관 및 민간 금융 기관들이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주제였다. 우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선업에 대한 금융 지원 한도 1조원 증액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발제했다. 이어 삼성ㆍ대우ㆍLG 등 종합상사들과 중소 수출업체, 조선업체 등이 업계의 현실과 건의 사항 등을 발표했다.
참석한 박정하 대변인에 따르면 종합상사 CEO들은 "철강ㆍ화학 가릴 것 없이 모든 업종이 다 어렵다"며 "정부와 금융 업계와 조화를 이뤄서 기업의 리스크를 좀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중소 수출업체와 조선업체 CEO들도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며 "조선이나 플랜트 등 대형 발주는 다 금융권까지 포함해서 요구하기 때문에 정책 금융당국의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특히 이날 회의의 하이라이트는 마무리 발언에 나선 이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수출ㆍ제작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 마련이 속도를 내고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특히 "이렇게 할 거면 장관 주재로 회의를 해도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금년 초부터 수출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견했었다.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속도가 나오고 있지 않다"며 "올 초 회의를 했는데, 그럼 그때부터 세부적인 대책을 세워 추진했어야 하는데, 지금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침 일찍부터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하는 이유는 지금이 비상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전체 제도적인 개선도 중요하지만, 수출에 관한 것은 개별 기업에 대해 그때 그때 해결해 줘야 한다. TF팀을 만들어서라도 속도감있게 해결책을 제시해 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회의 참석 기업들에게 "2008년 리먼브라더스사태 때는 세계 모든 나라가 지지부진할 때, 한국 기업들이 투자 계속해줘 우리는 회복이 빨랐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상한 배려를 당부했다. 또 금융 기관들에게도 "불경기 되면 기업 재무제표 나빠질 수 밖에 없다"며 "단순히 숫자만 보고 대출해주려 하지 말고, 이렇게 어려울 때는 노력하는 기업들에 대해 적극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최근 논란이 된 금융권의 CD금리 담합 및 불공정 대출 약관 등에 대한 질책은 없었다. 박 대변인은 "몇 주 전부터 회의가 준비됐으며 최근 금융권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는 안건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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