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시중은행들의 부도덕한 금리 장사가 도를 넘었다. 신용등급이 좋은데도 가산금리를 높게 적용하는가 하면 못믿을 양도성예금증서(CD)로 가계대출금리를 사실상 올려 받았다. 심지어 대출 서류까지 조작해 고객을 속이고 부당한 기간 이득을 취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책정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불신이 CD금리 담합 의혹에 이어 가산 금리의 임의 조정, 서류조작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은 어제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정할 때 가산금리를 불합리하게 높은 수준으로 책정한 60여건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경우 표준 금리에 신용도에 따른 적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정한다. 그런데 일부 은행은 만기를 연장할 때 대출자의 신용도가 좋아져 가산금리를 낮춰야 하는데도 높은 가산금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등으로 피해를 입혔다. 감사원은 은행들이 이 같은 수법으로 수천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했다.
아예 대출 서류를 조작한 은행도 있다. 국민은행 청계3가 지점은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려고 대출만기 '3년'을 '2년2개월'로 변조했다고 한다. 국민은행은 일부 지점의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쉬 믿기지 않는다. 특히 국민은행 뿐 아니라 여타 은행들도 유사한 일을 저질렀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리 바가지나 대출기간 조작의 피해가 대부분 개인과 가계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1년 새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업대출 금리는 내린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거꾸로 올랐다. 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해 7월 5.98%에서 올해 5월 5.74%로 낮아졌다. 하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5.46%에서 5.51%로 외려 0.05%포인트 올랐다. 편차가 0.29%포인트에 달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 당국은 은행권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은행을 감시하고 관리해야할 금융감독당국이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느니 '시정조치를 취했다'느니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다. 부도덕한 은행의 금리 장사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특히 대출서류 조작은 범죄행위다.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엄정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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