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CD금리 담합 여부와 관련해 국회서 "(금융사가) 담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19개 은행 및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속내를 밝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의에 참석해 나성린 의원(새누리당)이 질의한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금융회사는 자율적으로 금리를 정할 수 있는데다 시장지표를 조작을 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공정위의 금융사 조사와 관련해 대외적으로 "담합 조사는 공정위 소관"이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해왔다. 자칫 정부 기관간 알력다툼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담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공정위 조사와 대치되는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공정위 조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작정하고 털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직후 금융위 내부에서는 배경 파악에 분주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발언 직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위원장이) 정말 그렇게 말했냐"면서 놀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위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과 관련해 "금융사가 금리를 놓고 담합할 개연성이 적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이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D금리가 일정수준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가산 금리가 추가되는 만큼 은행의 최종 금리는 결국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융계 전체가 조직적으로 담합했다는 의혹에 금융당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작심발언했다는 견해는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그동안 담합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회피했거나 조사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면서 "그래도 잘못이 있다고 한다면 완벽한 예지력을 갖지 못한 책임은 있다"는 말로 억울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금융당국 수장인 김 위원장이 "담합은 없다"는 속내를 밝힘에 따라 공정위와의 기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담합에 대한 양 기관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향후 첨예하게 맞설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단적인 예로 공정위가 담합의 온상으로 지목한 은행의 자금부서장 간담회에 대해 금융위는 '현안논의를 위한 모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담합을 어느 수준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양 위원회의 입장이 다르다"면서 "조사 결과를 받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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