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2010년 11월부터 1년간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구매대행 업체 2곳과 종합병원 9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 실시 이후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와 관련한 리베이트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불법 금품 수수 관행이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등 의료 시장 전반에 널리 퍼져있다는 방증이다.
주목할 점은 불법을 저지른 업체와 병원이 모두 대형업체요 대형병원이라는 점이다. 적발된 구매대행업체는 삼성그룹 계열사 케어캠프와 이지메디컴으로 업계 1~2위다.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병원, 경희의료원, 경희대 강동병원, 동국대병원, 삼성창원병원, 영남의료원, 제일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병원도 유수한 곳들이다. 큰 업체나 병원일수록 앞장서서 불법을 저지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법 리베이트 거래의 질도 매우 나쁘다. 의약품 리베이트의 경우 납품업체가 의사나 병원 등 구매자에게 금품을 준다. 이들이 건넨 리베이트는 자기 돈이 아니라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빼낸 것이다. 의료기기 납품가격을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보험 상한가'까지 부풀려 청구한 다음 실제 납품가와의 차액을 6대 4로 나눠가졌다. 일반적인 리베이트보다 죄질이 훨씬 나쁘다.
한 예로 구매대행업체 케어캠프는 2503만원인 '심혈관용 스텐트' 13개를 한 병원에 납품하면서 건보공단에는 보험료 최대치인 2698만원을 청구했다. 병원은 가격을 부풀린 걸 알면서도 허위 청구서를 묵인했다. 대행업체는 보험금을 타낸 뒤 차액 195만원의 60%는 병원에 상납하고 40%는 자신들이 챙겼다. 병원은 이런 수법으로 19억4700만원을 상납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4월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을 개설, 운영한 이후 1년 사이 제약사ㆍ도매상 등 54곳, 의사 2919명, 약사 2340명을 적발했다. 그러나 불법 리베이트는 여전하고 수법도 다양화하고 있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근절시켜야 마땅하다.
세금과 다름없는 건보료를 빼내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일은 더더욱 뿌리 뽑아야 한다. 리베이트 수사를 의료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실거래가를 엄격하게 확인하는 등 관련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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