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방지의 일환으로 생명보험 가입자가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자살과 보험금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12일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자살시 보험금 무보장 기간을 현행 2년에서 그 이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해외사례 분석 및 사회적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자살시 아예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가 자살에 따른 보험금 지급에 민감한 이유는 자살사고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이 크게 늘어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8.4명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보험금지급액도 2006년 562억원에서 2010년에는 164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 제도개선에 대해 일각에서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자살과 보험금의 상관관계 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즉 자살이 보험금을 타기 위한 목적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반드시 그렇다'라고 확신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무보장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도 자살방지를 목적으로 면책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79년 면책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 이후 30년 이상 유지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무보장기간을 늘리는 방안과 관련해 "통계를 보니 생명보험 가입 후 3년이 지난 다음에는 자살률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고 근거를 밝혔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보험사에 대해 상품 출시 전 '보험사기 영향평가'를 실시해 상품설계수정 등 보완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또 계약인수 심사시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기준과 절차, 보험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보험금 누수금액이 연간 약 3조4000억원에 이르러, 보험료 증가를 초래하고 강력범죄와 연계돼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보험 사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제도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 사전 방지 등으로 "가입자 부담 경감, 사회적 비용 절감 등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금융위는 3분기 중 제도 개편에 따른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4분기 중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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