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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 권선희의 '탁주' 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34초 소요

제수씨요, 내는 말이시더. 대보 저 짝 끄트머리 골짝 팔남매 오골오골 부잡시럽던 집 막내요. 우리 큰 시야가 내캉 스무 살 차이 나는데요. 한 날은 내를 구룡포, 인자 가마보이 거가 장안동쯤 되는 갑디더. 글로 데불고 가가 생전 처음으로 짜장면 안 사줬능교. 내 거그 앉아가 거무티티한 국수 나온 거 보고는 마 바로 오바이트 할라 했니더. (……) 마 살믄 살수록 자꾸 그리운기라요. 그기 첫사랑 고 문디가시나 그리운 것에 비할라요. 내 품은 가시나들 암만 이뻐도 울 행님 그 웃음 맨키야 하겠능교. 뭐시 이리도 급히 살았는지 내도 모르요. 참말로 문디 같은 세월이니더. 제수씨요, 무심한 기 마 세월이니더. 우예든동 한 잔 하시더.


■ 포항에 관심 둘 일이 있어 건성건성 훑다가 권선희의 언어에 내가 걸렸다. 요즘 이 시인을 따라, 무뚝뚝한 '문디' 낯짝 아래 낭창낭창 이어져나오는 살보드라운 사투리를 귀에 걸고 산다. '첫사랑 고 문디가시나'는 취중의 관용어처럼 가슴에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붓는데, 구룡포 뭍귀를 흔드는 짭쪼름한 바닷바람이, 내내 그리워 환장할 시간을 절여말려 과메기처럼 꾸덕꾸덕이게 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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