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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CEO들 밥먹듯 해외가는 까닭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09초

"국내 먹거리 바닥, 해외건설이 살길"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조태진 기자, 배경환 기자]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한달에 한 두 번 비행기를 탄다. 건설사 사장 자리가 1년에 몇 달은 해외에서 보내는 게 다반사지만 정 사장의 최근 출장은 주로 주말에 몰려있다. 국내외 출장이 잦아져 시간을 그만큼 쪼개쓰기 위해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존 발주처 관리와 새로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주말에도 해외 출장이 많아졌다"며 "특히 기존 발주처 해당국의 정부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과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사들이 비상경영 고삐를 더욱 강하게 틀어쥐고 나섰다. 수주확대를 위한 대안모색에 나선 건설사들은 해외역량 강화를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조직개편과 해외 네트워크 강화,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개발사업본부 인력을 국내외 영업본부로 재배치 했다. 부서간 중복 업무를 없애고 해외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특히 "해외지사 및 영업 인력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낼 경우 인력을 곧바로 교체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베네수엘라 지사를 신설, 해외지사가 총 21곳으로 늘었다. 베네수엘라에선 최근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30억달러 규모의 정유시설 현대화사업을 따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건설의 올들어 지금까지 해외 수주 금액은 총 52억달러로 건설업체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GS건설도 해외영업망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각 사업본부의 해외영업 조직을 해외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국내영업총괄, 경영지원총괄에 해외영업총괄이 추가돼 3개 사업 본부장 체제로 재편됐다.


GS건설 관계자는 "외국인 직원을 해외 영업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임원과 관리자급으로까지 채용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들을 통해 GS건설은 현재 28%에 머물러 있는 해외 수주 비중을 2020년까지 70%까지 확대한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GS건설은 올들어 총 31억달러의 해외수주고를 올려, 업계 4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해외 신시장 개척을 위해 당장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포커스(Focus) 국가군'과 중장기적으로 사업 기반을 육성할 필요가 있는 인큐베이트(Incubate) 국가군을 따로 선별해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세웠다.
포커스 국가군인 베트남과 칠레는 각각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육성하고, 중국과 인도는 글로벌 구매거점과 설계센터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브라질ㆍ중동ㆍ아프리카 등의 지역은 '인큐베이트 국가군'으로 정해 향후 사업영역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5조원 규모의 브라질 CSP 일관제철소,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건립 등 해외에서 진행하는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업단을 편성해 발주처에 대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건설의 올해 해외수주 규모는 총 20억달러다.


삼성물산은 발주처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주고를 올리는 데 실효를 거두고 있다. 삼성물산이 개발한 '프리콘(Pre-Constructure) 서비스'는 사업기획에서부터 설계 검토, 기술 타당성 분석, 공기 산정, 예산 산출 등을 발주처에 서비스하는 시스템이다.


삼성물산은 이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인도에서 초고층 프로젝트인 월리타워를 단독수주했다. 삼성물산은 또 국내기업간의 저가수주 경쟁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참여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경영과 사후 운영까지 참가하기 때문에 저가수주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올들어 14억불 규모의 해외수주고를 올렸다.


대우건설은 시장 다변화를 통한 해외수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그동안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치중된 해외시장을 아프리카와 남미 등으로 확대하고 기존 동남아 시장도 진출 국가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대우건설은 모로코 라밧지사(2010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사(2011년 6월), 오만 무스카트 지사(2011년 9월), 이라크 바스라지사(2012년 1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지사(2012년 2월), 콜롬비아 보고타지사(2012년 2월) 등 최근 2년간 6개 지사를 신설, 해외지사수가 18개로 늘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영업망 확대를 통해 모로코 시장에서 비료공장 수주,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88억불 규모의 MOU체결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조만간 신규수주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특히 플랜트사업본부를 부사장급 총괄본부장으로 하는 규모로 승격시키고 그 밑에 플랜트 지원본부, 발전사업본부, 석유화학 사업본부, 플랜트 엔지니어링 본부 등 4개 본부를 두었다. 해외영업 강화를 위해서는 플랜트 부문 역량강화가 필수란 판단에서다. 대우건설은 지난 6개월간 총 10억달러 규모의 해외건설을 수주했다.


한편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누적수주액은 11일 현재 5120억달러를 기록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조태진 기자 tjjo@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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