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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위기 3년..지금 유럽은 ③] 올랑드의 경제실험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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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나와 내 아내는 파리에서 사는 게 행복해 파리로 왔는데 반(反)부자 정서가 우리를 힘겹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더 나을 듯싶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한 50대 남성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부자 증세를 두고 한 말이다.


취임 2개월도 안 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실험적인 경제정책이 세계인들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올랑드 정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한 수정 예산안에서 대기업 세금 부담을 높이고 연간 130만유로(약 18억249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에 대한 1회성 세금으로 23억유로를 거둬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장 마크로 아이로 총리는 올랑드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100만유로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75% 소득세율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달 26일 올랑드 정부는 유럽에서 이미 높은 수준에 속하는 프랑스의 최저임금을 2% 더 인상하겠다고 천명했다.


올랑드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정책의 핵심은 소득재분배라고 할 수 있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로 공공지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올랑드의 경제정책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자 이민·산업공동화 문제= 이미 많은 부유층이 프랑스의 높은 세율을 참지 못하고 해외로 이주한 상황에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연간 1만2000명이 세금폭탄을 피해 해외로 이민 간다. 이렇게 나가 벨기에에 거주 중인 프랑스 사람이 20만명, 스위스의 경우 16만명에 이른다.


이웃 나라로 떠나는 이는 부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프랑스 일간 레제코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900개 공장이 문 닫아 제조업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35만50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기업도 최저 임금 인상, 세금 인상으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초 프랑스의 최저 임금은 조사가 이뤄진 EU 21개 회원국 가운데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네덜란드, 벨기에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올해 초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푸조시트로앵의 필립 바랭 최고경영자(CEO)는 "시간당 임금 비용이 너무 높다"며 "사업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슬로바키아와 스페인의 시간당 임금이 각각 10유로, 22유로에 불과한 데 비해 프랑스는 무려 35유로로 독일보다 높다"며 불만을 토했다. 바랭에 따르면 독일의 시간당 고용 비용은 10년 만에 19% 오른 한편 프랑스는 31%나 늘었다.


프랑스경제인연합회의 로랑스 파리소 대변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프랑스 경제가 말라버릴 것"이라며 발끈했다.


프랑스에서 산업공동화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올랑드 정부는 6년 만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정면 승부를 택했다. 중산층이 지갑을 열어야 기업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기에 강한 안정적인 경제모델= 부자 증세에 대한 불만도 높지만 어쨋든 프랑스 국민들은 지난 5월 대선에서 75% 소득세율 공약을 내세운 올랑드를 선택했다. 대선 직후 치러진 지난달 하원 선거에서도 올랑드의 사회당에 과반 의석을 몰아줬다. 사회당은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상하 양원에서 과반을 확보한 정권 창출에 성공했다.


그만큼 17년 만에 탄생한 좌파 정권에 대한 호응도 높다. 파리에서 만난 한 유학생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회사에 부자들이 많은 편이어서 올랑드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도 힘들지만 유학생 입장에서 올랑드가 당선된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며 "집 문제만 해결되면 계속 파리에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높은 세율과 이에 기반한 공공지출이 사회안정으로 이어져 프랑스 경제를 위기에 강한 모델로 만들었다는 평도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던 2009년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은 2.73% 줄었다. 마이너스 성장이었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선방한 것이다. 당시 독일 GDP는 프랑스의 배에 가까운 5.13% 감소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GDP도 5.09% 줄었다.


프랑스가 위기에 강했던 것은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한 높은 수준의 공공지출이 가계 소비를 지탱해준 덕이다.


공공복지가 잘 돼 있으니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프랑스 인구 1000명당 출산은 12.8명으로 독일(8.3명)·이탈리아(9.3명)·스페인(10.5명)보다 많았다. 높은 출산율로 인구가 꾸준히 늘어 탄탄한 소비경제의 바탕을 마련해준다.


올랑드 대통령의 소득재분배 정책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려 결국 경제가 더 위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 경기회복의 선순환 구조도 창출할 수 있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오태현 전문 연구원은 "올랑드 정부가 민간 소비 확대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지켜봐야 알겠지만 올랑드 정부가 부자 증세 등으로 경제를 살린다면 유럽 부채위기의 새로운 대안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프랑스의 경우 공공지출 비중이 높지만 그 효율성은 떨어지는 편"이라며 "이를 개선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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