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법정 대선 선거 비용 560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통령선거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선거용 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선거를 치른 뒤 보전 받은 국고보조금으로 투자자들에게 일정한 이자와 함께 돌려주는 제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책정한 올해 대선의 법정선거비용이 559억77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560억원 규모의 메머드급 '대선비용 펀드'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선 펀드를 고려 중이라고 알려진 문 고문 측 관계자는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당과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단서를 달면서도 "천문학적 규모의 대선 자금을 마련하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들과 공감대를 넓혀간다는 측면에서 펀드 모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용 펀드는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유시민 후보가 펀드로 경기도지사 후보 법정 선거비용 40억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이후 정치인들의 선거자금 조달 수단으로 애용됐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는 펀드로 법정 선거비용 38억원을 마련해 주목을 받았고, 이번 4·11 총선 때도 30여명의 후보자가 1억~2억원 규모의 선거펀드를 조성했다고 알려졌다. 선거용 펀드는 아직까지 선거법 위반 등 문제가 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모임인 '노사모' 등을 중심으로 '돼지 저금통'을 모아 주목받았지만 선거 후 되돌려주는 펀드와의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 만약 '문재인 펀드'가 실현된다면 지금까지 조성됐던 가장 큰 선거용 펀드 40억원보다 14배에 가까운 자금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대선후보는 15% 이상을 득표하면 법정선거비용 내 지출을 모두 국고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선거용 펀드는 선거 비용을 보전 받으면 시중 금리수준의 이자를 붙여 되갚는 방식이다. 즉 지지자들은 득표 가능성 등을 고려해 후보자의 펀드에 가입해 후원하게 된다. 국고보조를 받지 못하는 예비후보 단계에서는 펀드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적 논란도 있을 수 있고 비용을 보전 받을 확률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용 펀드는 앞서 총선이나 광역단체장 선거 때 등장한 펀드보다 규모나 참여자 수 등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2월 대선에서 후보자 1인당 선거운동을 위해 쓸 수 있는 법정선거비용 한도액은 국민 1인당 950원씩, 559억 7700만원이다.
대통령선거의 선거비용제한액은 지난 2월말 현재 전국 총 인구 5천83만9280명 1인당 950원씩에 소비자물가변동률을 고려해 산출됐다. 지난 17대 대선보다 법정선거비용은 20.1% 증가했다.
관계 당국은 아직 선거용 펀드 모금과 관련한 문제는 없지만 예의주시해 문제가 생기면 개입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차입과 방식이 동일하기 때문에 회계보고만 정확히 하고 기간 내에 돈만 갚는다면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피해 사례가 있다면 제도개선 사항을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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