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우리는 1등만 살아남는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 실제로는 모두 살아남고 꼴찌만 도태된다. 자연계를 돌아보면 공생을 한다. 함께 산다. 돕고 사는 생물이 번성하고 산다. 경제계도 똑같은 이치로 설명된다."
27일 진화론자 다윈과 경제학을 연결시키며 '통섭(統攝, Consilienc)'의 개념 알리기에 전념하던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삼성사장단을 만나 거침없이 '공감의 시대'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최 교수는 전혀 다른 학문을 서로 연관 시키는 '통섭'의 전문가다. 처음 통섭이라는 개념을 알리기 시작한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의 '통섭, 지식의 대통합'을 번역해 국내에 통섭을 알리기 시작했다.
성리학과 불교에서 먼저 사용되던 통섭이라는 단어는 '큰 줄기를 잡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단순한 자연현상이 복잡한 과학적 사실로 규명되고 과학적 사실이 철학적 토대가 되며 전혀 큰 줄기를 이루는 개념이다.
다윈은 국내에서 진화론의 개념을 정립한 생물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철학자로도 유명하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설'을 만들었다. 자연에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는 스스로 도태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국내 소개되면서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이 최적자생존이라는 개념으로 잘못 받아들여져 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생물학의 세계는 물론 경제학의 세계에서도 1등만 살아남는것이 아니라 꼴찌만 도태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최 교수는 '나는 가수다'를 잘 보면 적자생존의 개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경연을 하는 가수 중 1등만 살아남고 나머지 가수들이 모두 탈락하는 것이 아니라 꼴찌를 한 가수만 탈락하는데 이것이 바로 적자생존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은 1등만 살아남는다는 것이 아니고 꼴찌만 도태된다는 것"이라며 "실제 경제계를 봐도 꼴찌만 사라지고 나머지 회사들은 서로 공생하며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등만 바라보고 경쟁자들을 압도하기 위해 쉼 없이 뛰어왔던 삼성 사장단들에게는 새로운 개념이다. 삼성 사장단 역시 1등만 살아남는다는 생각에 지금의 삼성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 대부분의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며 위치가 바뀌었다. 이건희 회장도 이를 두고 "튀어 나온 못은 때리려는 것이 습성"이라고 비유했다. 경쟁자들은 삼성전자를 겨냥해 연합하고 견제한다.
최 교수는 이를 두고 우월한 1등 대신 나머지 경쟁자들과 보조를 맞춰가는 1등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너무 앞서 나가면 경쟁자들에 의해 도태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공감, 공생의 시대에는 경쟁자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면서 "1등을 하돼 너무 우월한 격차를 벌이지 않도록 경쟁자들과 공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