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에어컨을 켜면 대한민국이 꺼집니다. 에너지를 조금씩만 줄여도 경제가 뜁니다. 여름철 '전력고개'를 넘기 위해 공공ㆍ기업ㆍ금융 부문과 소비자의 지혜를 담습니다. 아시아경제가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 에너지 절약의 화두를 제시하고 민간 부문의 절전 현장과 노력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창간기획 'E다이어트가 파워경제 첫걸음'
GDP 대비 전력소비량 日3배 美2배
전력과소비 산업 구조, 낭비 부채질
정부 절전 총력전, 전국민 호응하면
100만kW급 발전소 새로 짓는 효과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 1. 때 늦은 무더위로 전국의 낮 기온이 30℃를 웃돌던 지난해 9월15일. 전력 수급에는 이날 오전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급기야 전력 사용량이 일시에 몰리는 오후 2시를 넘어가면서 전력 공급 예비력이 24만kW로 뚝 떨어졌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돼 버렸다.
정부는 수급 경보(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전 계통의 붕괴를 막기 위해 긴급 순환 정전을 실시했다. 거리의 신호등은 나가고 시민은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공장도 멈춰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 예고 없이 전국 753만호 가구에 찾아온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은 국민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이른바 9ㆍ15 대정전이다.
# 2. 오는 21일 오후 2시. 전국적으로 민방위 사이렌이 20분 동안 울려 퍼질 예정이다. 정전을 대비한 위기 대응 훈련이다. 블랙아웃의 재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전 훈련을 하는 것은 에너지 부족에 대한 위기의식을 높여 자발적인 절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9ㆍ15 대정전의 악몽이 가시기 전, 이른 무더위와 함께 다시 찾아온 여름을 보내기 위해 정부가 '절전을 문화로'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현재 전국에 멈춰선 원자력발전(원전)은 3곳. 부족한 공급 여력만큼 소비를 줄이자는 1차원적인 의미도 있지만, 나아가 다음 세대에게 절전을 생활화할 수 있는 문화를 물려주고자 하는 국민적 계몽 운동의 신호탄이다.
대한민국이 '에너지 과체중'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군살을 뺀 에너지 소비문화를 만들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가 절실한 시점이다. 다음 세대에게 어둠의 불안과 공포를 안겨줄 순 없지 않은가. 이제 절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아시아경제신문이 창간 24주년을 맞아 '에너지 다이어트, 강한 경제 첫 걸음'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이번 절전 캠페인은 이상고온, 원전 정지사고 등으로 하계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력 위기 극복을 위해 전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정부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와 산하 대표 공공기관 에너지관리공단이 공식 후원하는 이번 캠페인에서는 민ㆍ관의 우수 절전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절전 방법을 온 국민과 공유하고자 한다.
에너지 다이어트가 절실한 이유는 고질병처럼 굳어진 전력 과소비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전기 요금이 싸다는 이유로 별 다른 인식 없이 전기를 물 쓰듯 펑펑 쓰는 소비 풍조가 문제다. 실제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는 전력 다소비 산업 구조가 고착화 돼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은 일본의 3배, 미국의 2배에 달한다.
물론 에너지 다이어트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절전을 외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최근 기자와 만나 "절전을 위한 작은 노력이 결국 결실을 내는지 안 내는지 한번 두고 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지나친 절전을 하는 탓에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고령자가 속출하자, 오히려 에어컨 사용을 촉구하는 TV 방송을 내보낼 정도였다. 즉, 절전을 문화로 만들 수 있는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줄 때라는 것이다.
지경부는 말 그대로 '절전 종합세트'를 내놓고 있다. '아싸, 가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절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시민단체와 연합해 절전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국민발전소' 건설에 나섰다. 쿨비즈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 한 '격식 있는 쿨비즈'인 '휘들옷'도 전파 중이다. 오는 21일에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민방위 훈련을 정전 위기 대응 훈련으로 대체했다. 공모를 거쳐 절전 아이디어 상품을 낸 중소기업에는 인센티브 등 혜택을 준비했다. 지경부의 이같은 행보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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