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창조경영 CEO과정 커리큘럼 화제
‘창조경영.’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와 ‘경영’ 모두를 한번에 형상화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창조적인 경영을 하라’는 주문을 내려도 실행하기는 매우 힘들수 밖에 없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원장 이동만)이 다소 ‘위험해 보이는’ 시도를 하고 있어 화제다. 약 30명의 CEO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감조차 잡기 힘든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선포한뒤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여에 불과했다. 3개월여 과정의 막바지 카운트다운을 앞두고 그 결과가 과연 어땠을지 궁금하기만 했다. 창조경영 CEO 과정을 주관하고 실행한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이 창조적 CEO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한 ‘창조경영 최고경영자 과정’이 3개월 보름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올봄 첫 막을 올린 CEO과정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3월부터 매주 수요일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이번 과정은 16주 과정으로 오는 6월 20일 수요일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 있다. 과정은 ‘창조와 선도’, ‘감성과 혁신’, ‘공감과 소통’으로 크게 3대 파트로 구성됐다.
우선 ‘창조와 선도’파트에서는 이건표 LG전자 부사장의 ‘독창적 디자인의 플랫폼 선도’,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의 ‘서비스문화의 창조적 통합 시스템’, 최형욱 이랜드 전략기획 본부장의 ‘선도적 기업문화’라는 강연이 마련됐다.
‘감성과 혁신’파트의 강사진으로는 김일호 오콘대표, 강태진 삼성전자 전무, 김범석 쿠팡 대표, 주형철 前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등 쟁쟁한 인사들이 나섰다. 5주에 걸친 강의에서 강사진은 그들이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데 있어 주효했던 감성 경영과 아이디어, 그리고 이들의 실패 및 성공 사례를 동시에 제시하며 창조경영·공감경영의 돛을 활짝 펼쳤다.
마지막 파트는 ‘공감과 소통.’ 이제 상명하달, 수직적 경영은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다. 조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객과 소통해야 성공한다. 이러한 큰 틀에 기초해 김성수 CJ E&M 대표,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 이정면 범건축종합사무소 대표 등이 강단에 서서 특유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전하며 수강생들과 호흡을 함께 했다.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0일 마지막 강의에서 자신만의 성공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창조경영 CEO과정은 비단 이들 실무경험의 달인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내로라하는 터전에서 굵직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그들의 현장감 있는 강연 바로 뒤에는 KAIST교수들이 직접 나서 본격적인 ‘분석’과 함께 시장전망 등을 내놓으며 비전을 구체화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예컨대, 강태진 삼성전자 전무가 ‘모바일 콘텐츠 전략’을 통해 일선에서 겪은 경험담을 발제하면 이의훈 KAIST교수가 ‘기술 기반 기업의 감성마케팅, 애플’이라는 주제로 앞선 강의에 대한 좀 더 원론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으로 바통을 이어받으며 미래시장의 전망까지 제안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광대한 바다 앞 모래성을 쌓은 뒤 실전 CEO가 이를 다져주고 카이스트 현직 교수가 이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혜안을 제시하는 방식인 셈이다.
1기 수강생으로는 조웅래 선양 회장,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사장, 조현탁 삼성전자 전무, 손영찬 리딩투자증권 부사장, 박호기 신한은행 본부장, 이인숙 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 이기옥 LG화학 상무, 양환정 방송통신위원회 국장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참여했으며 30여명의 수강생들은 시종일관 놀라울 정도의 참석률을 보여줬다는 전언이다. 2기 창조경영 강좌는 8월31일 입학식을 신호탄으로 9월5일 첫 강의가 시작된다. 강의 대상은 기업인을 포함해 금융인, 법조인, 고위 공무원, 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며, 한 학기당 모집인원은 40명 안팎이다. 강의는 제1기때와 마찬가지로 대전 본원이 아니라 도곡동 소재 KAIST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된다.
인터뷰 |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창조경영 최고경영자과정 책임교수
“문화에 목마른 CEO들에 감성을 주고 싶었다”
“KAIST에서 말하는 ‘문화’란 무엇일까하는 데서 이번 최고경영자과정이 싹텄습니다.” 지난해부터 엎치락뒤치락하며 준비해온 제1기 창조경영 최고경영자과정이 그 첫 번째 막을 내린다. “첫 회인데도 불구하고 수강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안다”는 기자의 말에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창조경영 최고경영자과정 책임교수는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이 출범한 지 7년째입니다.
‘과학’에 기초하고 있던 KAIST에 ‘문화’를 융합한 것이죠. 이 때문에 타 인문종합대학의 CEO과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한국은 IT강국이면서 제조나 유통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데 그 속을 채우는 콘텐츠, 즉 소프트웨어적인 면은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기술’과 ‘문화’를 융합하겠다고 감히 나선 것이죠.” 우 교수는 이번 과정의 설립 배경에 대해 “특히 한 조직의 CEO들은 ‘문화’에 목말라있다. 이번 과정을 ‘창의력’, ‘상상력’, ‘감성’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KAIST가 말하는 문화는 어떤 것일까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가온 이들이 ‘창조 경영’이라는 화두에 다소 갸우뚱하지 않았을까 질문을 던져봤다. 전 세계인들의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라는 키워드. 모두가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미덥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매주 수요일 수업이 끝나면 원우분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집니다. 거기서, ‘창조경영’이라는 걸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강의 말미로 갈수록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반응들이 많은 것을 보고 성공을 예감했습니다.” 오는 21일에는 대전 KAIST본원에서 수료식을 갖고 1기 원우 5인이 직접 발제하는 시간을 통해 그동안 배운 노하우를 응용하는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고 우 교수는 귀띔했다.
창조경영 최고경영자과정은 오는 가을, 2기의 막을 올린다. 우 교수는 1학기 때 얻은 경험을 통해 보다 탄탄한 과정을 만들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우교수는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았지만 요구사항도 적지 않았습니다. ‘인문학’ 강좌의 비중을 높여달라는 의견도 앞으로 적극 반영할 생각입니다. 1기 과정에서 강의와 별도로 ‘5분 스피치’를 마련해 제가 직접 인간의 심상 등 인문학 강의를 하곤 했는데 이같은 시간을 좀더 늘릴 생각입니다.”
우 교수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스피치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라스코동굴 벽화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 벽화는 ‘가장 안전한 곳이 가장 성스로운 곳이다’라는 인류의 원형적 심상이 압축적으로 상징화된 이미지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이미지를 상징적인 체계로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사례를 끄집어냄으로써 경영에 대한 다채로운 영감과 식견을 배우고 깨칠 수 있다는 것이죠.”
KAIST 창조경영 최고경영자과정은 수료증을 받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졸업을 하게 되는 여타의 경영자 과정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한 번 수강을 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구상도 이채롭다. 예를 들어, 1기 졸업생들은 2학기 수료식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1, 2기 졸업생들은 3기 수료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창조경영 과정은 수업과는 별도로 학기 당 2회의 실전 워크샵을 통해 지속적인 인관관계 형성을 위한 네트워크 만들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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