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마추어 야구에 입문하는 학생들은 투수와 유격수를 가장 선호한다. 외야수는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맡는 포지션으로 적잖게 인식한다. 중요성을 알면서 기피하는 자리도 있다. 선수단에서 어머니 역할을 해내는 포수다. 화려하지 않고 힘들다는 인식 속에 많은 선수들이 맡기를 꺼린다. 학생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부모들의 견해도 다르지 않다. 정성껏 키운 자녀가 무거운 포수장비를 착용하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선호하지 않는다. 경기장을 방문해도 포수 마스크에 가려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불평하는 학부모도 종종 발견된다.
이 같은 이유로 아마추어 야구는 최근 포수 기근 현상에 시달린다. 몇몇 감독들이 대회를 앞두고 포수를 급조해 공백을 메울 정도다. 포수를 맡던 선수가 실력을 인정받은 뒤 포지션 전향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프로야구에서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 포수는 이전에 비해 부족해 보인다. 포수는 센터라인 수비의 중심이자 팀 전력의 한 축이다. 리그의 수준은 자칫 내리막을 걸을 수도 있다.
올 시즌 대부분의 구단들은 포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올 시즌 팀 간의 승차가 여느 해보다 촘촘한 건 이 같은 불안정한 전력에서 비롯된다고도 볼 수 있다. 숨통이 트인 건 스토브리그에서 조인성을 영입한 SK 정도다. 나머지 7개 구단과 내년 리그에 합류하는 NC는 모두 포수 부족 현상을 실감하고 있다. 각 구단들은 133경기의 시즌을 치르려면 2명 이상의 수준급 포수가 필요하다. 실전 투입이 가능한 포수도 3~4명 정도 보유해야 한다. 주전 포수가 부상을 당할 경우 그 뒤를 바로 받쳐줄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포수는 상당히 매력적인 자리다. 전체적인 수비 커버는 물론 투수 리드, 볼 배합, 야수의 수비위치 변경 등을 모두 담당한다. 선수 은퇴 이후 걱정도 비교적 적다. 지도자들 사이에서 배터리코치는 영입 1순위로 자주 거론된다. 이만수(SK), 김경문(NC), 조범현(전 KIA) 등 포수 출신 프로야구 감독도 투수 출신 다음으로 많이 발견된다. 포수들이 가진 야구에 대한 깊이가 상당히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포수의 활약이 미치는 막대한 영향은 국내 야구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제경기에서 의미 깊은 성적을 남긴 국가대표팀 혹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구단들이 대표적이다.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포수 심재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만수는 현역시절 프로야구 최초로 타격 3관왕을 거머쥐었다. 장채근은 ‘해태 왕조’의 기틀을 닦았고 조범현은 지도자 변신 뒤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견인했다. 김경문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역으로 뛰는 박경완(SK), 진갑용(삼성), 조인성, 강민호(롯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제각각 수준 높은 플레이를 뽐내며 리그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좋은 포수는 동료 투수가 그 능력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상대 타자도 비슷하다. 한 타석만 상대해 봐도 어느 정도의 기량을 갖췄는지 실감할 수 있다.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몇몇 구단들은 첫 번째 카드를 포수 지명에 사용했다. 하지만 공수를 겸비한 포수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성장 속도 또한 다른 포지션에 비해 더디다는 평이다.
좋은 포수의 보유는 곧 강팀을 의미한다. 메이저리그 최고 구단으로 불린 뉴욕 양키스는 17년 동안 호르헤 포사다(푸에르토리코) 덕을 톡톡히 봤다. 원래 2루수를 담당했던 포사다는 콜로라도 로키스 스카우트로 일하는 아버지 호르헤 루이시의 추천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선견지명이었다. 아버지는 포사다를 최고의 포수로 키워내며 스위치히터 변신을 함께 꾀했다. 남들이 가장 기피하는 포수와 스위치히터를 동시에 연습시킨 셈이다. 혹독한 훈련 속에서 포사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가장 어려운 길을 택했지만 그 끝은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났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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