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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에 우체통 만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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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만4000기 묘역 개발”···‘천국으로 보내는 편지’ 서비스, 전사자 이름 불러주기, 일일명예현충원장 등도

대전현충원에 우체통 만든 까닭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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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초대석] ‘보훈의 달’, 열린 호국공원 만들어 나가는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대담=왕성상(중부취재본부장)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48)은 한해 중 6월이 가장 바쁘다. ‘보훈의 달’로 현충일(6일), 6·25전쟁일(25일), 6·29 제2연평해전 10주년기념일(29일)이 들어있어서다. 특히 최근 62년 만에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6·25전쟁 중 북한지역전사자 국군유해 12구를 이달 중 안장할 준비로 하루해가 짧다.


국가보훈처 소속인 민 원장은 근무지가 인생의 삶을 마감, 영원히 잠드는 곳으로 다른 부처공무원들과 달리 새롭고 의미 있는 날들의 연속이다.


“매일 잔디 길을 걷고 같은 묘역을 지나도 나날이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느낌이다. 눈이 펑펑 오는 날에도 저 세상으로 간 아들의 생일이라며 케이크를 손에 든 어머니의 시린 손이 보이고, ‘보고 싶습니다’란 편지 한 통이 단풍잎과 함께 묘비에 배달돼 있다. 개나리꽃 같은 청첩장들이 아버지 묘비 앞에 놓여 있기도 하다.”


민 원장은 해가 지고 달이 뜨는 배경으로 사계절의 가슴 아픈 사연과 에피소드들이 현충원에 펼쳐진다고 했다. ‘국민들이 즐겨 찾는 열린 호국공원’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민 원장을 국립대전현충원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7월15일 국립대전현충원장에 취임한지 1년이 다돼 가는데 소감은.


▲이곳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잠든 곳이구나 하고 느끼며 고개가 숙여진다. 묘역 곳곳에 심어진 무궁화를 보면서 노란 병아리 같은 어린이들이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참배하며 이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애국지사비문에 적힌 “터졌구나 터졌구나 독립성이 터졌구나. 십 오년을 참고 나니 이제야 터졌구나. 피도 대한 뼈도 대한 살아 대한 죽어 대한. 어두웠던 방방곡곡 독립만세 진동 하네. 삼천만민 합심하여 결사독립 맹세하세”라며 직접 지은 독립가를 부르던 리정근 선생의 글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기관장으로 뛰면서 애로나 아쉬운 점은.
▲대외네트워크와 예산이다. 그래서 기업·기관·단체와 접촉해 명분과 공간(땅)을 주고 외부자원과 도움을 끌어들이면서 현충원도 적극 알린다.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현충원 만들기에 열심이다.


-곧 현충일이다. 역사적 배경과 의미는.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충의와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대전현충원에서도 추념식을 해마다 6월6일 갖는다. 24절기 중 ‘손이 없다’는 청명일과 한식일엔 사초, 성묘를 하고 망종 무렵인 그날은 제사를 지내온 날로 1956년 제정 때 망종일(6월6일)을 현충일로 정했다.

대전현충원에 우체통 만든 까닭 대전현충원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외국에도 우리와 같은 현충일이 있나.
▲물론 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는 ‘Remembrance Day’로 11월11일이다. 1차 세계대전종전일인 1918년 11월11일 오전 11시를 기념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제1, 2차 세계대전은 물론 6·25전쟁,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유지군 활동 중 희생당한 군인들을 기리는 날이다. 호주, 뉴질랜드에선 4월25일, Aznac Day(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rops)라고 하는 현충일이 있다. 미국의 현충일은 Memorial Day로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벌이는 행사는.
▲호국영령의 위훈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많은 행사를 벌인다. 지난 1일 고인에게 편지를 쓰는 ‘하늘나라 우체통’ 개설식을 가졌다. 4만5000명 전사자이름의 책자를 전시한 ‘명예의 전당’ 조성, 유명 아나운서(왕종근) 초청 일일명예현충원장 행사와 전사자 호명(롤콜)행사도 1~6일 갖는다.


지난 2일 오후 4시 현충문 앞 잔디광장에서 대전시 서구 청소년오케스트라, 팝페라 듀엣공연, 색소폰·통기타연주 등 나라사랑 호국음악회가 열렸다. 4일엔 기마 순찰퍼레이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경찰기마대 초청행사’를 갖는다. 오는 16일 오전 10시 현충관에선 학생·시민들이 안장자묘소를 가꾸는 ‘나라사랑 한 손길’ 발대식을 연다. 이어 25일 숲속주차장에선 6·25전쟁 때 ‘딘’소장 구출작전에 참여했던 미카3 129 증기기관차, 객차 개설식을 유가족과 코레일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열며 그날부터 29일까지 호국안보사진전도 펼친다.


-‘하늘나라 우체통’이 초대형(가로 3.3m 세로 3.6m, 높이 5m)’으로 눈길을 끈다.
▲현충원 민원안내실 앞에 세워진 우체통은 비오는 날 유족이 쓴 편지가 빗물에 젖는 게 안타까워 충청지방우정청과 협의해 마련됐다. 사무실 안엔 엽서를 쓰는 공간도 있고 유족들이 추모편지를 쓸 수 있게 하늘나라엽서도 뒀다. 그날 20년 가까이 아들 묘에 편지를 보낸 전세한 일병 아버지 전태웅씨, 아나운서 왕종근씨가 1일 명예현충원장에 위촉돼 고인에게 편지를 썼다. 왕 아나운서 부친(왕재만)은 육군 중령으로 대전현충원 장교 제2묘역에 안장돼 있다.


-우체통 위에 편지봉투를 날개모양으로 달았는데 무슨 뜻인가.
▲유가족이 보내는 편지와 호국영령이 쓴 답장의 뜻을 담고 있다. 아래쪽 붉은색우편함은 우정청의 심벌색깔을 나타냈다. 어린이, 어른 등 참배객 모두가 넣을 수 있는 높이로 세워졌다. 학생들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엽서를 보냄으로써 충의와 위훈을 기리고 감사하며 추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체통에 모인 편지 중 귀감이 되는 내용은 책으로 펴내 교육 자료로 쓸 예정이다.


-6·25전쟁 때 참여했던 증기기관차가 현충원에 전시된다고 들었다.
▲1950년 7월 미군 ‘딘’소장을 구출하고자 대전지역전투에 동원된 기차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만든 ‘미카3 129 증기기관차’다. 한국철도공사가 보관하는 유일한 증기기관차로 신탄진 대전철도차량관리단에 있다. 이 기차는 학생, 군인, 시민들에게 나라사랑체험교육 자료로 쓰기위해 오는 25일 철도원들이 잠든 대전현충원에 전시된다.

-증기기관차를 전시하는 이유는.
▲깊은 사연이 있다. 천안함용사들이 잠든 사병3묘역 안에 가면 ‘철도원’이라고 새겨진 묘비가 있다. 묘비주인은 철도원 고 현재영 기관조사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7월20일 김재현 기관사, 현재영·황남호 기관조사와 미군특공대 33명이 열차를 이용, 딘 소장을 구출하러 대전역으로 가다 북한군의 집중포격을 받았다. 구출작전을 할 수 없다고 판단, 옥천으로 철수하다 매복해있던 북한군 공격으로 미국특공대는 1명의 부상자를 빼고 모두 전사했다.


김재현 기관사도 8발의 총알이 온 몸을 관통, 28살의 나이로 숨졌다. 현재영 기관조사도 북한군 총탄에 맞아 다쳤다. 2차 구출작전이 펼쳐졌으나 신호원이었던 장시경 철도원이 기관사로 운전하다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김 기관사는 6·25전쟁 철도참전전사자로 철도인 최초로 서울현충원에, 현재영·장시경 철도원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대전현충원에 우체통 만든 까닭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이 현충원 내 묘역들을 바라보고 있다.


-천안함용사 2주기 추모식이 언론보도는 물론 화제가 됐는데.
▲지난 3월19~24일 천안함용사들의 희생정신과 나라사랑정신을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 이벤트, 추모조각품 기증식, 추모메시지 콜라주와 염원의 벽, 추모사진전, 추모걷기 등을 진행했다. 3월22일 보훈미래관에선 천안함 유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각가 장용수씨가 만든 ‘46용사의 영혼’ 추모조각품기증식도 가졌다. 그 자리엔 장 조각가, 천안함용사 유가족 10여명이 참석했다.


-올 연말이면 만장(滿場)이 돼 더 이상 영령들을 모실 자리가 부족할 텐데 대책은.
▲대전현충원엔 6만500여 기가 안장돼있다. 매일 10여 기 이상 안장되며 현재 6000여 기의 공간이 남아있다. 따라서 대전현충원은 묘역을 넓히기 위해 사병 제3묘역 오른쪽 낮은 구릉지를 중심으로 올해 임야 9만4000㎡에 1만4000기 규모의 묘역을 개발, 안장능력을 늘린다. 특히 6·25전쟁 참여군인들이 현재 80세 이상이므로 묘역개발에 나서게 됐다. 묘역이 더 만들어지면 국가유공자들의 안장증가에도 대비할 수 있다.


-지난해 대전현충원 방문객이 개원 후 가장 많았던 까닭은.
▲방문객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방문객 수가 약 250만명으로 2010년(220만명)보다 30만명, 2005년(75만명)과 비교해선 6년 만에 175만명이 불었다. 2001년(50만명)보다 약 5배가 는 것이다. 이는 현충원이 국가보훈처 소속이 된 뒤 국민과 함께하는 사진공모전, 현충원길 걷기대회 등 문화행사를 열었고 천안함용사 안장 뒤 국민적 관심과 방문으로 급증했다고 본다.


-올해 펼칠 중점사업 등 계획은.
▲‘국민들이 즐겨 찾는 열린 호국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나라사랑 체험프로그램들을 펼친다. 먼저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높이는 호국교육공간으로 키운다. 현충탑 참배 활성화, 개인·단체 등 여러 계층들이 연중 스스로 참여할 수 있게 나라사랑 헌화운동을 통한 애국캠페인, 개인·가족단위와 1인1묘소를 결연하는 나라사랑 한 손길운동, 청소년 나라사랑체험교육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


‘열린 호국공원’으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유성나들목(IC)에서 현충원 안까지 대형 태극기 500개를 활용한 태극기거리 조성, 대형 태극기 화단(가로 9m, 세로 6m), 대형 무궁화 토피어리(가로 6m, 세로 6m, 높이 4m)조성, 정문입구에 전통소나무(적송)로 명품 소나무 길과 명품 꽃길 조성, 야생화공원에 분재·유채꽃 등 식재, 한반도모양을 본떠 만든 연못(현충지)에 연꽃심기, 묘역별 꽃나무 특성화사업으로 찾고, 배우고, 쉬면서,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을 꾸민다.


온 국민의 추모공간과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천안함 46용사 추모식, 연평도 포격도발전사자 추모식,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현충탑 수시참배를 활성화하고 사진·웹툰공모전, 어린이날 기념 ‘나라사랑 현충원 체험행사’도 마련했다. 열린 호국공원으로서의 다양한 풍경들을 널리 알려 우리를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분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다시는 이 땅에 똑 같은 아픔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대전현충원장으로서 인상 깊었던 일이나 기억은.
▲지난해 10월21일 ‘경찰의 날’을 앞두고 6·25전쟁 때 숨진 호국경찰(애국단원) 3부자가 경찰묘역에 나란히 안장된 사실을 알고 그 후손들을 만났다. 1951년 박태문(1891년 6월20일∼1951년7월30일)씨와 두 아들 박정래(1925년 6월12일∼1951년 2월7일), 박경래(1928년 6월26일∼1951년9월13일, 어릴 때 박태문 씨 동생에게 입양)씨는 애국단원으로 지리산토벌작전에 나갔다가 적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박정래 씨 아들 박종선(65)씨는 그 때 상황을 “한 마디로 비극의 가족사였다”고 전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들의 영현은 59년간 구례군 산동면 선산에 묻혀있다 박종선 씨의 이장신청으로 2010년 10월 현충원에 나란히 안장됐다. 그 때 현충원을 찾은 박씨는 할아버지 내외, 아버지 내외, 작은아버지 이름이 적힌 묘비를 정성스레 닦으며 눈시울을 붉혀 가슴이 저몄다. 3부자가 경찰묘역에 안장된 건 국내 처음이다.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면.
▲대전현충원 묘역은 국가원수, 애국지사, 장병(장군, 장교, 부사관, 병), 국가사회공헌자, 의사상자, 순직공무원, 순직소방관, 경찰관 묘로 돼있다. 국가원수묘역엔 제10대 대통령인 최규하 대통령이 모셔져 있다. 애국지사묘역엔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쳤던 민족영화 ‘아리랑’을 만든 라운규, 장건상, 구춘선, 조철호, 조신성 애국지사가 있다.


국가사회공헌자묘역엔 ‘어린이날’, ‘퐁당퐁당’ 노랫말 등 동시 1200여 편을 쓴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영웅 손기정 선생, 조류독감 퇴치와 동남아시아 쓰나미 보건대책 등에 공헌한 세계보건기구사무총장 이종욱 박사 등이 있다. 장병묘역엔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제2연평해전의 여섯 전사자, 아프가니스탄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하다 전사한 윤장호 하사, 천안함용사,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들이 있다.

경찰관묘역엔 부산 동의대사태 순직경찰관 7분이 안장돼 있고 의사상자묘역엔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동료대원을 구하다 순직한 전재규 의사자, 여자실습생 2명을 구조해주고 숨진 심경철 의사자가 잠들어있다. 순직공무원묘역엔 홍제동 순직소방관 6분이 잠들어있다.


-‘보훈의 달’을 맞아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호국보훈은 나라를 보호한다는 ‘호국’과 공훈에 보답한다는 ‘보훈’이 합쳐진 말로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자라는 뜻이 담겨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함으로써 그들의 공로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것이다. 대전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 보훈미래관 관람, 묘비 닦기 봉사, 나라사랑 영화관람, 나라사랑 한 손길운동, 사진·웹툰공모전 등에 참여해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보훈가족의 아픔을 같이하며 나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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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에 우체통 만든 까닭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은 동서양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책을 즐겨 있는다.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은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은 국가보훈처 안팎에서 ‘열정의 아이디어뱅크 맨’으로 통한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콜로라도대학교를 졸업한 민 원장은 1990년 4월부터 20여년 정통행정 관료로 일 해오면서 ‘적극성과 열정을 사무실과 현장에 잘 접목시킨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온화한 스타일로 수시로 직원들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세계사, 한국사 등 역사에 관심이 많아 그의 책상엔 늘 역사책들이 놓여있다. 1964년 천안서 태어난 그는 행정고시(33회) 합격 후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정책과장, 혁신기획관, 보훈선양국장 등을 지냈다. 특히 제대군인업무가 자리 잡도록 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해외훈련으로 캐나다 제대군인부에 근무했고 선진보훈정책을 들여와 펼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근정포장 등 여러 수상경력들이 이를 말해준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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