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수경 수의대 교수 논문조작 진상조사 나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김수진 기자]강수경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에 서울대가 진상조사 및 수습에 나섰다. 조사 결과 연구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강 교수에 대해서는 파면 등의 중징계가 내려진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번져 줄기세포 연구가 다시 위축될까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논란이 일자 서울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준식 서울대 연구처장(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은 29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 교수의 논문 관련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적극 규명하고 대처하기 위해 이르면 30일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해당 분야 교수들로 구성된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논문 사진 중복이 단순 오류인지 의도적 조작인지를 밝힐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의도성이 드러나면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9명으로 구성된 본조사위원회에서 추가 조사에 들어가고,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의 경중이 결정된다.
한국줄기세포학회도 발표문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줄기세포학회는 "강 교수의 논문에서 일부 과학적 오류가 존재함을 인정한다"며 "서울대 조사결과에서 저자 과실이 고의적인 것으로 판명되면 강 교수를 학회 임원 및 회원에서 제명할 것"이라 밝혔다. 또 학회 차원에서도 줄기세포 연구윤리위원회와 연구윤리신고센터 등 자체적인 정화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강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은 이달 초 익명의 제보자가 강 교수의 논문을 실었던 10개 국제학술지에 메일을 보내 강 교수의 논문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강 교수 연구팀이 서로 다른 연구논문에 동일한 사진을 사용했으며, 일부 데이터도 불확실하다는 게 제보의 내용이었다. 이에 강 교수는 미국 저명 학술지인 ARS에 게재한 논문 2편과 투고 중이던 논문 2편을 회수했다.
강 교수 측은 이번 논문조작 의혹과 관련해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포함됐다"며 "재실험을 거쳐 분명한 연구결과를 내놓겠다"고 해명했다. 이준식 연구처장도 "강 교수가 작성 과정에서 잘못해서 다른 데이터가 들어갔다며 단순한 오류라고 진술하고 있다"며 "의도적 조작 여부를 구별하기 쉽지 않아 조사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줄기세포 연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05년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태의 악몽이 잊혀질 때 즈음 비슷한 일이 터져 더욱 우려가 깊다. 정부도 황우석 사태 이후 한동안 줄기세포 분야 지원에 소극적이었다가 지난해서야 육성 정책으로 돌아섰다. 수년간 줄어들었던 예산이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관련 사업을 편성하며 일부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일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면 해당 분야 연구의 성장이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다. 서해영 한국줄기세포학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줄기세포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다각도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국가적 정책의지에 이번 사태가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논문 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신뢰도 하락도 피하기 어렵다. 한 사립대 교수는 "아직까지는 의혹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절차가 남아있다"면서도 "황우석 사태 이후 사이언스지 등에서 한국 논문을 기피했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황 교수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자정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사실일 경우 단호하게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오갔다.
조민서 기자 summer@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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