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엔진에 근육질..세단처럼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세단(?), SU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부드러워지고 있다. 거친 오프로드를 질주하는 SUV는 엔진 성능에 초점을 맞춘 남성적인 이미지였지만 최근 선보이고 있는 SUV는 세단 뺨칠 정도의 정숙성과 승차감을 제공한다. 형태가 다른 또 하나의 세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내 시장에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SUV의 핵심은 '프리미엄'이다. 현대차 신형 싼타페와 쌍용차 렉스턴W 등 최근 출시된 SUV 모델이 모두 기존 모델 보다 업그레이드됐으며 수입차업체들도 잇달아 선보이는 SUV에 고급 이미지를 불어넣고 있다. 차 성능은 기본이고 각종 고급 사양을 적용하면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판매 역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국내 수입 SUV 판매대수는 7061대로 전년동기대비 31.7%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대수가 1만668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SUV 비중은 16.6%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지난달 선보인 현대차 신형 싼타페는 사전계약 대수만 2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SUV를 선호하는 고객군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수입차업체들의 SUV 모델 출시가 쇄도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까지 국내 시장에 소개된 수입 SUV 모델 종류만해도 벌써 11종에 이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선보인 뉴 M클래스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부합한다. 이번에 선보인 뉴 M클래스는 세단의 편안함과 민첩한 핸들링 등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했다. 친환경 블루텍 기술이 적용된 직렬 4기통 청정 디젤 엔진이 장착돼 연료 효율도 높였다.
최근 공개된 아우디 '뉴 Q3'는 SUV이면서도 쿠페형 스타일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측면에서 보면 SUV 보다는 세단에 가깝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오프로드가 아닌 도심형 SUV를 지향해선지 성능은 고속주행에 무게를 뒀다. 2000cc TDI 디젤 직분사 엔진이 탑재됐는데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8.8kg.m, 최고속도는 시속 212km다.
특히 다양한 편의사양이 장착됐다. 주차 보조시스템,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비롯해 전동식 파노라마 선루프, 크루즈 컨트롤, 블루투스, 3세대 MMI 등 주로 상위 모델에서만 제공되던 최신의 편의 사양들이 대거 탑재했다.
도요타 역시 렉서스 올뉴 RX 350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2009년 공개한 3세대 모델을 대대적으로 바꾼 올뉴 RX 350은 '감성을 울리는 주행을 통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모토로 삼았다. 하이브리드 명가답게 이 모델에도 하이브리드를 추가했지만 아직 국내에는 들여오지 않았다.
지프(Jeep)로 유명한 크라이슬러는 랭글러 사하라와 사하라 스포츠를 잇달아 선보였다. 사하라는 과거 지프 라인업과는 달리 도심 주행을 위해 개발됐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지프는 육중한 차체를 바탕으로 거칠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그동안 내세웠지만 사하라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사하라에는 내비게이션과 DMB, 가죽 열선 시트가 기본 탑재됐으며 승차감 향상을 위해 18인치 휠이 장착됐다.
인피니티는 지난 2월 일본차 최초 디젤모델인 인피니티 FX30d를 국내 시장에 소개한데 이어 이번 부산모터쇼에서는 7인승 SUV인 올 뉴 인피니티 JX를 공개했다. 이들 모델 역시 SUV 본연의 모습 보다는 세단 느낌으로 바꾸고 있다.
수입차에 대응하는 국산 SUV 역시 비슷한 추세다. 현대차 신형 싼타페는 실내외의 대조를 콘셉트로 삼았다. 내부는 세단과 같이 아늑한 반면 성능이나 외관은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쌍용차가 선보인 렉스턴W 역시 정숙성 등을 대폭 향상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의 편안함과 조작 편의성까지 고려해 디자인했다"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갖춘 최고급 세단 수준으로 실내 공간을 완성했다"고 자평했다.
이와 함께 렉스턴W는 실용성과 스마트한 기능으로 편의성을 극대화한 똑똑한 SUV를 표방하고 있다. 과거 렉스턴이 2.7ℓ엔진을 탑재해 SUV의 거친 면을 강조했다면 렉스턴W는 2.0ℓ로 엔진을 다운사이징해 날렵한 이미지를 줬다. 이는 연비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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