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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률의 올댓USA]NHL, 스탠리컵 결승 앞두고 인기 폭발한 이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7초


전 세계 아이스하키 팬들은 오는 30일(미국 현지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북미아이스하키(NHL) 최정상을 가리는 스탠리컵 파이널이 7전 4선승제 형태로 치러지는 까닭이다. 서부 컨퍼런스의 로스앤젤레스(LA) 킹스가 결승에 안착한 가운데 동부에서는 뉴욕 레인저스와 뉴저지 데블스가 남은 한 장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다.


NHL은 프로미식축구(NFL), 메이저리그(MLB), 역시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프로농구(NBA)를 포함한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가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다. 올해 양상은 조금 다르다. 미국 최대 시장인 뉴욕과 그 인근의 뉴저지 그리고 LA를 연고지로 둔 구단들이 플레이오프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많은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드라마틱한 경기 내용도 달아오른 열기에 한 몫을 해내고 있다.

결승에 선착한 서부 우승팀 LA는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막차인 8번 시드를 받고도 1번(밴쿠버 캐넉스, 4승1패), 2번(세인트루이스 블루스, 4승무패), 3번 시드(피닉스 코요테스, 4승1패)를 줄줄이 격파했다. 스탠리컵 결승에 안착한 건 팀 역사상 두 번째다. 선수단은 결승에 오르기까지 치른 14번의 경기에서 두 차례만 지는 등 12승2패의 놀라운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뉴욕과 뉴저지의 맞대결 결과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동부 우승을 놓고 맞붙은 두 팀 사이의 분위기는 격렬하다 못해 험악하다. 발단은 뉴저지가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린 4차전 3피리어드다. 뉴욕의 센터 마이크 루프가 상대 골리를 포함한 몇몇 선수에게 주먹을 날렸고 이로 인해 격렬한 몸싸움이 멈추지 않고 있다.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승부에 더해진 펀치 공방에 많은 팬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하다.

두 팀 사령탑간의 신경전도 빼놓을 수 없다. 뉴욕의 존 토토렐라와 뉴저지의 피터 드보어 감독은 상대 선수의 거친 행동에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다. 오히려 강펀치 못지않은 입 싸움으로 벤치의 선수들을 흥분시킨다. 양 측의 벤치는 1.5m 사이로 격리되어 있다. 하지만 몸싸움 직전까지 갈 수 있는 험악한 사태가 거듭되며 NHL에서는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도 언제든지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와 피츠버그 펭귄스간의 플레이오프 2차 라운드에선 거친 태클에 화가 난 양측 감독이 흉기가 될 수도 있는 스틱을 내던지기도 했다.


사실 NHL은 경기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치열한 몸싸움에 관심이 집중된다. 넓지 않은 링크에서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는 선수들은 잦은 충돌을 경험하기 쉽다. 자극이 계속되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선수들이 속출하기 마련이다. 굳이 플레이오프가 아니더라도 몸싸움을 보기 위해 링크를 찾는 팬들이 꽤 많다고 알려진 이유다.


그래서 NHL의 각 구단들은 전문 싸움꾼인 인포서(Enforcer)를 둔다. 이들의 주된 임무는 상대의 거친 플레이를 막거나 동료에 대한 보복을 하기 위해 싸움을 거는 것이다. 스틱과 장갑을 벗어던지고 합의 하에 싸움을 거는데 얼굴을 연거푸 가격하는 모습이 격투기 못지않게 과격하다.


하지만 거친 태클과 빈번한 싸움 속에서도 상대 선수가 뛰지 못할 만큼 일부러 부상을 입히거나 폭행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경기를 앞두고 특정 선수를 지목해 부상을 입히려는 의도를 가지거나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없다. 아무리 싸움이 잦은 종목이라지만 그랬다가는 스포츠의 진정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동업자 정신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아이스하키에서는 불미스런 사건이 벌어졌다. 전 고려대 감독이 2009년 소속 선수에게 상대방을 폭행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직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할 대학 스포츠계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남성미 넘치는 스포츠라지만 아직 국내에서 아이스하키는 비인기 종목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안타까움은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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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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