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한국3M 대표 "중소기업 R&D에 적극 투자해야"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30년가량 글로벌 기업에 몸담은 전문경영인(CEO)이 바라본 한국의 기업환경은 어떨까. 정병국 한국3M 대표는 '대기업 위주의 환경과 정책이 자리 잡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8일 만난 정 대표는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대기업 위주로 짜여 있다"며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일을 잘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미약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3M 설립 후 34년 만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대표로 선임됐다. 정 대표는 "대기업이 해마다 이익을 얼마나 많이 남기느냐"면서 "상대적으로 중기는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협력사와 함께 크는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중소기업을 가리켜 '산업의 뿌리'라고 표현했다. 대기업이 들여오는 소재나 부품을 만드는 게 중소기업인 만큼 그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기는 일종의 뿌리인데 (우리나라는) 너무 나약하다"며 "현재 우리는 잘못되고 왜곡돼 있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문제점에 대해서는 '부당한 납품단가' '기술개발 탈취' 등으로 꼬집으며 정부가 상황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반성장위원회 등 정부가 구조 개선을 위해 잘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이제 시작인만큼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해외 모범 사례로 일본과 대만을 언급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이 나름대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노력해야 할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기술개발(R&D)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며 "중기가 자생하려면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공급하는 게 최선"이라고 거듭 말했다. 또 그는 "시장 논리라는 게 단순하다"며 "연구개발에 많이 집중할수록 중기의 홀로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3M은 111년의 역사를 지녔으면서도 매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1977년 설립된 한국3M은 자체 기술개발 조직을 갖추고 있다. 그는 "3M 등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 기술개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며 "한국3M 역시 매년 매출액 대비 6% 가량은 기술개발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최근 들어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들이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의 자세 변화를 통해 대ㆍ중기가 상생 개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지난 1984년 한국3M에 입사했다. 에블레스틱 코리아 사장, 싱가포르 에이론 엔터프라이즈 사장을 거쳐 지난해 한국3M 대표로 취임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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