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기, 검찰·공정위 등 사정기관 총출동..외국기업 어부지리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정권말기 재계가 '사정 태풍'에 휩싸였다.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총출동해 세금부터 횡령, 담합 등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내로라하는 모든 그룹이 사정 대상에 올랐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전자가 국세청 세무조사서 4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한데 이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SDI도 국세청 조사를 받았다. LG그룹도 방계3세 구본호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룹 대표주자인 LG전자 역시 세무조사를 받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포스코도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청탁 사건과 관련, 검찰 수사가 예고된 상태다. SK그룹과 한화 등의 계열사들도 잇달아 사정 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 당국의 서슬 퍼런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마저 힘든 실정이다.
역대 정권은 집권 초기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임기 말에는 하나같이 재벌개혁을 완화했다. 하지만 올해 임기가 끝나는 이명박 정부의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올해의 경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력형 비리사건에 기업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되는 상황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민영화 후 신임 회장 선임때마다 불거진 포스코 회장 선임 외압설과 관련, 그동안 의혹에만 그쳤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박영준 전 차관의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문제가 포스코 문제로 확대되면서 외압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도 국세청의 세무조사, 공정위의 담합 등과 경쟁사간 기술유출 사건으로 인한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되면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 까 노심초사다.
재계는 이같은 정권말기에 집중되고 있는 문제가 가뜩이나 유럽발 금융위기로 몇 년째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는 것이 부담이다. 해외지사를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세무조사만 하더라도 기업 이미지는 물론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출기업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각종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동안 외국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주한 외국인 투자기업 및 외국 법인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국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62.7%),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재벌세 신설(56.7%)에 대해 찬성했다. 재벌세와 일감몰아주기 등의 세제는 국내기업에만 적용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권력형 비리는 정권말기에 늘 부각되는 이슈"라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권력형 비리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인데 이같은 상황이 부각되면서 자칫 재계 전체가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도 "국세청이나 검찰 당국이 세무조사나 각종 경영활동 관련 비리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과세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관련돼 사기 저하 등 우려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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