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굿둑 해수유통 논란…충남, “배수관문 열어야” VS 전북, “대안없는 주장” 팽팽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200m’ 때문에 충남과 전북이 맞서고 있다. 승용차로 몇 초면 지나는 거리지만 충남과 전북은 한 치의 양보가 없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과 전북 군산시 성산면을 가로지르는 금강하굿둑을 놓고 하는 말이다.
충남 서천군은 전체 하굿둑 가운데 200m를 열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바닷물을 끌어 들여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북 군산시는 바닷물이 들어오면 담수호 기능을 잃어 방조제 축조와 용수로 설치 등으로 들어간 4981억원을 날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금강하굿둑 전체길이는 1841m로 1990년 완공됐다. 한해 3억6000만t의 담수를 공급한다. 전북과 충남 일대에 농·공업용수를 공급하고 금강 주변지역의 홍수를 조절하는 한편 토양과 모래가 흘러내려 강 하구에 쌓이는 것을 막아 군산항의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청정지역으로 한 때 부녀자들의 모래찜질 명소로 이름을 날린 서천군은 금강 하구둑을 만든 뒤 해류변화로 토사가 쌓이면서 죽은 갯벌이 됐다. 철새도래지도 금강하구둑 상류로 옮겨간지 오래다.
하굿둑 1841m 가운데 군산 쪽 714m에 배수관문 20곳이 설치돼 서천~장항 쪽으로 퇴적물이 쌓이고 수질이 나빠진 게 원인이다.
나소열 서천군수가 2009년 1841m 중 200m쯤을 철거해 기수역(汽水域·강물과 바닷물이 접하는 지역)을 되살려 생태계 회복과 수질개선을 하자는 주장을 펴면서 자치단체간 마찰이 시작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나 군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4대강특위의 활동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북도는 “하굿둑 철거로 바닷물이 들어오면 농업 및 공업용수 확보에 차질이 생긴다. 아무 대책도 없이 철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군산시는 “하구둑을 없애면 용수확보 문제는 물론 홍수 때 하류지역에 있는 군산시 저지대의 범람이 걱정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두 지자체간 대립은 3년이 지난 지금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나 군수는 지난 7일 충남도청을 찾아 안희정 지사와 만나 금강하구 해수유통의 필요성에 대해 도와줄 것을 건의했다. 나 군수는 “금강하구의 토사퇴적·생태계 및 수질악화, 연안 수산업 붕괴, 친환경 농업용수 한계, 항구기능 쇠퇴 등 금강하구의 환경적인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태”라며 “농·공업용수 확보를 전제로 한 서천 쪽 배수갑문 증설과 해수유통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도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 지사도 “서천 쪽 갑문을 열어 토사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도지사가 해야할 역할과 전문가 및 민간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부분을 확인하는 등 서천군에서 건의한 내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대전에선 낙동강 및 영산강 주변 지자체가 참여하는 ‘3대강 해수유통 추진협의회’ 간담회를 열고 하구역의 해수유통을 정책과제로 입안하는데 공동대응키로 했다.
전북에선 군산시, 익산시, 김제시의 자치단체장들이 9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안 없는 금강하굿둑 해수유통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문동신 군산시장, 이한수 익산시장, 이건식 김제시장은 이날 “대안 없는 해수유통은 지역이기주의 및 지역갈등을 키우고 있다”며 “충남도와 서천군은 더 이상 대안 없는 해수유통 주장을 철회하고 금강유역 중·상류 오염원에 대한 근원수질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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