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자전거 교통사고가 5년 전에 비해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자전거도로시설 확대와 함께 자전거 이용자수도 많아지면서 발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7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새 전국에서 발생한 자전거 사고는 지난 2007년 8721건에서 지난해 1만2121건으로 38.9%가 늘었다. 이 중 서울의 자전거 교통사고는 지난 2007년 1862건에서 지난해 2861건으로 54% 증가했다.
반면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최근 2년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7년 304명에서 2008년 313명, 2009년 337명으로 매해 늘었다가 2010년 297명, 지난해 275명으로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지역도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2007년 25명에서 2009년 44명으로 증가하다가 2010년과 2011년 각각 34명, 19명으로 줄고 있다.
이에 대해 심관보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지난 2010년부터 매해 국가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지난달까지는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등 대대적인 자전거도로 시설확충사업이 최근 2년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됐다"면서 "시설은 확대되고 있지만 자전거를 차로 존중하는 인식이 부족하고, 속도제한 등 교통규칙 미비 등 제도적인 측면도 미흡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사고 발생건수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지역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인 지난 201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도로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한강과 한강에서 파생되는 지천을 중심으로 자전거도로들이 구축되면서 양천구, 여의도, 상암DMC, 노원, 송파권역 등지는 자전거도로가 잘 구축돼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정작 직장이 많은 종로나 강남까지 집에서 출퇴근하기에는 자전거도로시설도 쉽게 찾을 수 없으며, 차량이 많은 관계로 자전거를 이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 연구원은 "시설부족 문제도 중요하지만 자전거가 도로에서 함께 다닐 수 있는 문화가 정착이 돼야 출퇴근 등 생활형 자전거가 가능하다"면서 "베를린의 경우는 도심내 차량 속도가 30km/h 이하인 곳이 350km나 되는데, 그 연장을 더 넓힐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의 연구결과도 도심내 5km에서 교통수단으로 견인이 좋은 게 자전거라는 연구가 나왔는데, 속도제한 등 법규마련을 통한다면 현재 자동차 중심의 도로정책을 벗어나 자전거와 자동차, 보행자 모두 편리하고 안전한 도로로 바꿔나가는 게 꼭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내 자전거전용도로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의 제한속도는 각각 30km/h, 20km/h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도로는 60km/h가 제한속도로, 자전거가 자동차가 주로 다니는 도로에서 함께 다니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5년 넘게 서울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는 오종렬(직장인 30대)씨는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서울이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돼 있는 지역이지만, 다수가 자전거를 이용하기엔 아직까진 레저용으로나 가능하지 생활형이라고 보긴 힘들다"면서 "도로설치도 중요하지만,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직장밀집지역인 종로나 강남 같은 곳에서 자전거가 다니기에는 위험천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오 씨는 신정동에 이사와 직장이 있는 구로디지털단지까지 9km 거리를 아침 8시부터 30여분동안 자전거로 주행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자전거도로설치 위주의 자전거정책에서, 자전거 이용확대를 위한 교육, 인식개선으로 정책방향을 바꿨다. 또 박 시장은 최근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도 자전거 이용을 독려해야하는데, 자전거동호회 등 시민의견을 수렴해 도심내 끊긴 자전거 도로길을 어떻게 이어줄 것인지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관계자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자전거도 도로에서 함께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개선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중심이 돼 월 2회 자전거 주행자들이 집단으로 출퇴근을 하는 캠페인을 지속하는 한편, 택시기사 등 자전거와 함께 도로를 나눠 쓰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교육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현재 서울에서 자전거의 교통수단분담률은 2.58%로, 그동안 자전거 정책을 시행한 후 2010년 목표로 한 4.4%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상태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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