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지난달 국내외 금융시장에선 조만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더블에이(AA)'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피치사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올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들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는 "등급을 강등당하는 나라가 수두룩한데 이럴 때 등급전망이 올라간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무디스가 전한 소식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무디스는 정부에 "한국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국가 신용등급과 별도로 평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종전엔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공기업의 신용등급이 덩달아 올라갔지만, 앞으로는 '묻어가지 못한다'고 경고한 셈이다.
지난해 286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463조 5000억원에 이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한 나랏빚(420조 7000억원)을 40조원이나 웃돈다. 공공기관 부채가 나랏빚 규모를 뛰어넘은 건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김철주 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4월 30일 브리핑에서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공기업 신용등급을 별도로 평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확인했다. 김 국장은 "이건 앞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공기업 신용등급이 자동적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디스도 한국 정부에 공기업을 지원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단기간에 (등급이)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지만, 공기업들의 강도 높은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무디스가 공기업에 대한 별도의 등급 평가를 시작하면, 빚이 많은 일부 공기업의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인 'Ba3' 단계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공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은 채권 조달 금리를 높여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준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올 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정부는 이와 관련해 "각 신용평가사에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 등을 적극 설명하겠다"며 "공기업들도 공동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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