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정부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내 절차를 마친 만큼 당장이라도 중국과 협상에 나서는 게 가능해졌지만 양국간 현안이 산적한데다 한국과 협상이 중단된 일본을 마냥 제쳐둘 순 없기 때문이다. 이전의 다른 FTA와 달리 단계를 나눠 협상하기로 한 일 역시 보다 정교한 전략을 필요로 해 정부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일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을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양국 통상장관은 2일 회담을 열고 한중FTA 등 각종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안팎에선 이날 양국간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관련규정에 따라 국내 절차를 마친 후 중국과 협상에 나설 수 있는데, 정부 내 추진계획 의결ㆍ국회보고 등 필요한 절차는 모두 마친 상황이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최석영 FTA교섭대표는 상당 부분 의견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열릴 양국 통상장관회담을 통해 협상방식이나 방향 등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해 우선 협상개시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민감품목 수준이나 2단계 협상방식 등에서 양국이 합의점을 찾아 이같은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한다면 여타 부분의 논의들이 수월해질 것"이라며 "장관회담에서 의견일치를 본다면 본격적으로 협상을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실제 개시선언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최근 다시 불거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문제와 같이 양국간에는 비(非) 통상분야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경제ㆍ통상부문은 양국 모두에 이로운 점을 찾는 측면이 강해 정치적인 요인이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기존의 협상과정을 보면 정치ㆍ사회적인 영향이 적지 않았다.
이달 중순 예정된 한ㆍ중ㆍ일 정상회담도 변수다. 일본은 한국ㆍ중국과 함께 3국 FTA 추진에 의욕적이다. 특히 올초 한중 정상들간 FTA 이슈간 공개적으로 거론되자 조바심을 내면서 협상이 중단된 한국은 물론 중국과도 양국 FTA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이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이 같이 외면한 채 두 나라만 협상개시를 선언하진 않을 것이란 논리다.
정부 한 당국자는 "이론적으로 한중일FTA협상이나 한중FTA협상을 다른 차원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달 중순 3국 정상회담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FTA에 관한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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