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로기구 총회 23일부터 개막
'동해' 상정도 힘들어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일본해' 단독표기가 60년 만에 바뀔까.
전 세계 해양경계와 바닷길 표기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수로기구(IHO) 제18차 총회가 한주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주 23일부터 27일까지 모나코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에선 동해의 국제표기 표준이 결정된다.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수로기구의 책자는 1929년 처음 제작된 이후 지금까지 두번 개정된 바 있다. 이 책자는 특히 전 세계 각국의 지도제작에 일종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동해와 관련해선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가장 최신판인 1953년 3판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개정판이 나온 지 오래된 만큼 새 개정판을 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동해표기를 둘러싸고 한·일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개정판의 내용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1929년 초판에서 처음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후 2판(1937년), 3판(1953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새로운 개정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련작업을 진행하던 중, 한국이 1992년 처음 일본해 표기를 문제 삼으면서 현재 작업은 거의 중단 상태다.
한 당국자는 "초판과 2·3판 제작시 식민지배, 전쟁 등 특수상황이라 동해표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에는 적어도 동해를 같이 표기해야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0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각국의 출판사나 언론사 중 동해를 병기하는 곳은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기구나 민간차원에서 적극 문제를 제기해 2005년 18.5%(일본정부 조사), 2009년에는 30% 가까이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이처럼 논란이 많은 분쟁구역의 경우, 해당 사안을 회원국이 전부 모인 상황에서 표결에 부치거나 각 당사국들의 주장을 병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표결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은 분위기다. 일본 정부가 '동해·일본해 병기'안을 표결에 올리는 일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한국은 '일본해 단독표기'안을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관례인 병기안을 그대로 채택할 가능성도 낮다. 이 역시 일본이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에도 개정판을 내는 데 합의에 다다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회에 앞서 실무그룹에 관여했던 한 정부 관리는 "양국간 다툼에 다른 회원국들은 관여하길 꺼린다"며 "가급적 한일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길 바라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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