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권해영 기자]1일 오전 11시 동대문에 위치한 대형마트. 마트나 편의점에서 휴대폰 단말기만 구입해 원하는 이동통신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단말 자급제(블랙리스트)가 시행된 첫날이지만 매장 안에서는 공단말기를 파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의 다른 마트도 마찬가지였다. 한 직원은 "마트 안에 이동통신사 대리점은 있지만 공단말기는 아직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단말 자급제가 시행됐지만 정작 공단말기를 파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찾아 볼수 없다. 휴대폰 자급제의 핵심은 '유통채널 다양화'와 그로인한 '저가 단말기'의 등장임에도 제도가 정착되기까진 한참 멀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만의 차별화 전략을 취하려면 기존 이통사가 안 파는 저가 휴대폰을 판매해야 한다"며 "그러나 삼성, LG 등 휴대폰 제조사에게 저가 제품 공급을 요청해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공급을 꺼려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삼성 모바일샵 광화문점. 단말 자급제 시행으로 출시가 기대됐던 저가 휴대폰은 아예 없었다. 갤럭시S2 HD, 갤럭시 노트 등 80~90만원대의 프리미엄급 제품들이 진열장 대부분을 메우고 있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통신사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깔리지 않은 공단말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LG전자와 팬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단말 자급제에 대한 홍보도 부족했다. 인근에 있는 KT 올레스퀘어 광화문점에서 만난 왕나혜씨는 "뉴스에서 단말 자급제라는 말을 언뜻 들었는데 어떤 제도인지는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전날 단말 자급제가 시행과 맞춰 선불 요금제인 '심플 충전'과 '심플 적립' 요금제를 내놨지만 문의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 요금제는 공단말기를 개통하기 위해 이통사에서 유심(범사용자식별모듈)을 따로 구입해야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전용 요금제다. 한 직원은 "유심 요금제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며 "단말 자급제가 시작됐지만 특별히 판매 정책이 바뀐 것도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 자급제가 시행 첫날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며 "제조사들은 제도를 활성화할 저가단말기를 생산해 다양한 유통채널에 공급하고, 이동통신사들은 유심 전용 요금제를 하루빨리 내놓는 것이 제도 성공의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단말 자급제 관련 Q&A>
▶단말기를 새로 구입했을 때는?
-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유심(USIM)을 구입한 후 서비스에 가입하면 된다.
▶중고폰을 가져가면 무조건 개통할 수 있나?
-단말기식별번호(IMEI)를 조회해 분실, 도난 폰이 아닌 지 확인한 후 개통할 수 있다.
▶자급제 단말을 이용할 수 있나?
-지금은 불가능하다. 이르면 7월부터 자급제 단말을 이용할 수 있다.
▶롱텀에볼루션(LTE)폰은?
-통신사별로 주파수 대역이 다르고 단말기도 그 주파수에 맞춘 제품으로 출시돼 특정 통신사에 가입해야 한다.
▶자급제 단말이나 중고폰도 통신사에서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나?
-지금은 안된다. 단말기를 통신사에서 구입하지 않아도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블랙리스트 전용 요금제가 이달 중순께 출시될 전망이다. 이 요금제가 출시되면 기존에 단말기 구입시 통신사가 제공했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휴대폰을 분실했을 때는?
-가입한 통신사에 분실 및 도난 신고를 하면 된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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