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광우병 파동···고깃집·축산물 시장 직접 가보니
-美 쇠고기 간판위에 1+1안내판
-한우·육우값은 1000원씩 올라
-"쇠고기 자체 불신감이 문제"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주말인 29일 서울 종로의 먹자골목. 길가에 죽 늘어선 고깃집에서는 '원 플러스 원' 행사가 한창이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라야 할 아르바이트생들은 문 밖에 나와 소리 높여 '원 플러스 원'을 외치고, 미국산 쇠고기 메뉴와 가격을 붙여놓은 입간판에는 '2인분 주문시 1인분 공짜'라는 안내문구가 덧붙여져 있었다.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서 국내 고깃집 및 축산물시장은 초긴장 상태다. 종로의 고깃집 한 직원은 “경기가 나쁜데 이런 일(광우병)까지 겹쳐서 장사가 안된다”면서 “프랜차이즈 고깃집들은 그나마 본사에서 밀어줘서 '원 플러스 원' 행사라도 하는데 일반 고깃집들은 아마 죽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고기뷔페에는 독일산, 뉴질랜드산, 미국산, 호주산 등 다양한 수입육들도 함께 진열돼 있었다. 하지만 가장 먹음직스런 부위인 미국산 소등심은 손님들이 손을 대지 않아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고기뷔페 사장은 “보시면 알겠지만 아무래도 미국산은 손님들이 께름칙해 한다”면서 “다음 주부터는 미국산을 다 호주산으로 교체한다는 공문이 본사에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고깃집들이 장사에 죽을 쑤고 있는 것과 달리 인근 치킨집들은 오랜만에 바쁜 주말 저녁을 보냈다. 종로의 한 치킨집 사장은 “어제 저녁에는 손님이 너무 들이닥쳐서 손이 모자라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했다”면서 “반면 옆에 고깃집들은 (손님이 없어서)정말 힘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한우를 판매하는 상인들도 오랜만에 음식점들의 문의전화에 시달렸다. 축산시장의 한 상인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이후 미국산 취급 쪽은 올스톱”이라면서 “한우, 육우값이 금방 1000원씩 다 뛰었으며, 음식점에서도 메뉴를 한우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많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집이나 국내산 쇠고기 판매상인들이 '반짝'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발 광우병' 이슈가 시장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상인들은 전망했다.
마장축산물시장진흥사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미국산에 문제가 발생하면 반사적으로 한우가 잠깐 잘 팔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값이 올라 소비자들이 돌아선다”고 말했다.
마장동 인근 고깃집 한 상인 역시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가 열리면서 국내산 판매도 저조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호남집 한 상인은 “국내산이라고 써 붙여 놨는데 수입산 아니냐고 재차 물어 본다”면서 “예전 미국산 반대 집회 때처럼 될까 무섭다. 우리는 그때 한우만 팔았는데도 일 매출이 100만원대에서 3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이게 미국산만 문제가 아니라 쇠고기 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주니까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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