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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연│강렬함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여인들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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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연│강렬함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여인들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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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인터뷰이에 대해 품어왔던 환상을 확인하는 자리기도 하지만 종종 예상치 못한 반전과 마주하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미스코리아 입상으로 시작된 커리어, 어디서도 주인공으로 주목 받을 만한 외모에 도시적이고 도발적인 캐릭터로 구성된 필모그래피까지 박시연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는 그녀의 신작 <간기남>의 수진과 가까웠다. “상복을 입어도 드레스 입은 것 같”아 보이는 화려한 얼굴과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가 자아내는 수진의 고혹적인 분위기는 손쉽게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영화의 시작인 팜므파탈”을 위한 캐스팅으로 박시연 만큼 적절한 카드를 찾기도 힘들다. 이미 영화 <사랑>과 KBS <남자 이야기> 등을 통해 자신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던지는 남성 캐릭터들을 다수 거느린 그녀는 이미 팜므파탈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하얗고 가늘고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청순한 동료들을 부러워하는 박시연에게 팜므파탈이라는 치장은 어색하고, 속상한 것이었다. “사실 센 캐릭터가 힘들어요. 제가 갖고 있는 모습하고 많이 다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할이 자꾸 들어오는 건 강한 이미지 때문인 거 같아요. 초반에는 속상하기도 하고, 밝은 것도 하고 싶고, 제 성격과 비슷한 푼수 같은 캐릭터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들이나 관객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좀 더 다양하게 보여드린 후에 하고 싶은 걸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편해졌어요. 제 나이가 40이 되어서도 저한테 팜므파탈을 원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웃음)” 작품을 고를 때도 자신의 생각을 가장 믿고, 치밀하기보다는 “단순 명쾌, 군소리 안 하는 사나이”에 가까운 그녀가 매혹적인 수진을 연기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건 팜므파탈 선배들의 조언이었다. 팜므파탈의 육체 안에 “푼수”와 “사나이”의 영혼을 가진 박시연이 강렬함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여인들의 영화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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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연│강렬함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여인들의 영화

1. <원초적 본능> (Basic Instinct)
1992년 | 폴 버호벤

“<원초적 본능>은 팜므파탈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화죠? 오래 전에, 학교 다닐 때 처음 봤어요. 오빠한테 비디오 좀 빌려달라고 시켜서 봤어요. (웃음) 어린 나이에 보기에는 센 영화라서 충격이었는데 이번에 <간기남>을 준비하면서 다시 봤어요. 이제는 야하다기보다는 샤론 스톤의 눈빛 같은 게 보이더라구요. 샤론 스톤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수많은 패러디를 거치며 전설이 되어버린 취조실 신, 아름다운 외모와 관능미, 두뇌게임까지 능수능란한 팜므파탈 캐릭터. 이 둘만으로 <원초적 본능>은 샤론 스톤을 90년대 최고의 섹시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이후 두 번째 시리즈와 <원죄적 본능> 등의 아류작들이 등장했지만 <원초적 본능>만큼의 긴장감과 반전을 살린 스릴러는 나오지 못했다.

박시연│강렬함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여인들의 영화

2. <보디 히트> (Body Heat)
1981년 | 로렌스 캐스단

“이 영화 역시 참 세죠? <보디 히트>는 성인이 돼서 봤습니다. (웃음) 이 영화가 <원초적 본능>보다 더 오래된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였어요. <간기남> 김형준 감독님의 추천으로 봤어요. 역시나 팜므파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보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고, 어쩜 이렇게 잘 만들 수 있을까 감탄했어요.”
<보디 히트>의 교훈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여자를 조심하라’가 되지 않을까? 일상이 무료하던 변호사 러신은 매력적인 매티와의 관계에 중독되고 급기야 그녀를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이중, 삼중으로 쳐놓은 그녀의 덫은 러신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관객을 옭아맨다. 팜므파탈 스릴러의 기념비적인 작품.


박시연│강렬함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여인들의 영화

3. <클로이> (Chloe)
2010년 | 아톰 에고이안

“<클로이>도 <간기남>을 준비하면서 계속 본 영화인데 캐릭터를 참고한다기보다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에 빠져서 보게 됐어요. ‘우와, 어떻게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지?’ 감탄하면서 그녀가 나오는 부분을 계속 돌려봤어요. 다 보고 나서는 노출을 떠나서 그 여자가 계속 남더라구요. 관객들이 <간기남>을 보고 나서 저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영화예요.”


남편을 유혹하기 위해 고용한 클로이와 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캐서린. 그녀는 상대방을 보고 싶은 대로 보고, 관계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며 오해가 굳어진 빗나간 믿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 모든 관계에 대한 폐해가 드러나는 <클로이>의 엉킬 대로 엉킨 실타래는 하나 하나 곱씹을수록 쓰지만 달콤한 환상만을 주입시키는 당의정보다 일리 있는 교훈.


박시연│강렬함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여인들의 영화

4. <핑거스미스> (Fingersmith)
2005년 | 에이슬링 월쉬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영화인데요, 정말 재밌어요. 정신없이 영화에 빠져들어서 보게 되더라구요. 2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하구요, 팜므파탈적인 요소에, 동성애적인 부분도 있고, 미친 반전도 있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구요. 꼭 한 번 찾아서 보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웃음)”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둔 영화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러브스토리다. 가난한 ‘핑거스미스’ 즉 소매치기 여성과 우아한 저택에 사는 상속녀의 사랑이 음모와 사건, 출생의 비밀의 파도를 타고 출렁거린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추리극이자 절절한 멜로드라마.


박시연│강렬함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여인들의 영화

5. <맘마 미아!> (Mamma Mia!)
2008년 | 필리다 로이드

“외국 배우 중에서는 메릴 스트립을 좋아해요.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는 다 좋았는데 <맘마 미아!>를 특히 재밌게 봤어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메릴 스트립 정도 나이가 되는 배우에게는 소화하기 힘들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저 역시도 잠깐 해봤지만 연기하기도 힘든데 춤을 추면서 그걸 표현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미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메가 히트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시도는 종종 안타까운 결과를 낳곤 했다. 그러나 메릴 스트립, 콜린 퍼스, 피어스 브로스넌 등의 호화 캐스팅과 상상 속에 존재하던 그리스의 섬을 실재로 구현한 로케이션 등으로 영화 <맘마 미아!>는 성공적인 뮤지컬 영화의 전당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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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연│강렬함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여인들의 영화

“싫은 것이 있어도 소심해서 표현 못하고 울기만 했던” 소녀는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참가한 미스코리아 대회로 데뷔하고 얼떨결에 배우가 되었지만 사실 연기는 오래 전에 시작된 꿈이었다. “소심하고 말수도 적은 아이었지만 드라마를 참 좋아했어요. 혼자서 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거울 보면서 드라마에서 본 연기나 표정을 연습하곤 했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웃음)” 그렇기에 아직도 박시연은 이불 속에서 나와 처음으로 남 앞에서 연기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처음 남 앞에 연기했던 건 중국에서 찍은 드라마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감독님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절 캐스팅을 하셨는지. (웃음) 한국에서도 연기 한 번 안 해봤고, 아예 카메라 어디를 봐야 하는지도 몰랐거든요. 그런 애를 주인공으로 데리고 드라마를 했으니 감독님도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처음에는 모니터링조차 못했어요. 화면에 보이는 제가 너무 창피해서요. 아, 이건 보통 사람이 하는 일은 아니구나 생각했죠. 50부작 드라마였는데 말도 안 통하니까 감독님이 직접 몸으로 연기를 보여주시면서 찍었어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제 5개월째에 접어든 신혼생활을 얘기할 때보다 더 들뜬 목소리로 그 때의 흥분을 전하는 박시연을 보니 앞으로 오랫동안, 그녀 말대로 마흔이 될 때까지 그 떨림을 잊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을 여배우를 지켜보게 될 것 같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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