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해마다 명절이 되면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방문을 받는 소수의 본부장들이 있다. 박성수 회장의 총애를 받는 에이스들이다. 박 회장은 직접 꽃다발이나 과일바구니를 들고 A본부장, B본부장, C본부장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보통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집을 방문해 세배를 하고 명절인사를 건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박 회장의 특별 관리를 받는 인재는 반대로 회장의 명절인사를 받는 셈이다. 모두가 다 이런 관리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회장이 관리하는 특별 리스트에 속하는 A플러스급 인재들은 '황송한 명절인사'를 받고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장 비서실에는 특별관리 대상인 본부장급 리스트가 따로 있다”면서 “이랜드 패션부문의 한 본부장은 명절날 회장의 직접 방문은 받지 못했지만 사장급 임원이 과일바구니를 들고 찾아와 엄청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박 회장은 키가 작고 왜소하지만 사람을 빨려 들도록 만드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면서 “본부장급을 직접 찾아가서 관리를 하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신뢰관계를 만들겠다는 회장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평소 인재욕심이 많기로 소문났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재입사 제도다. 퇴직한 직원도 적극적으로 다시 받아들이는 것. 재직 중 능력이 검증된 직원은 퇴직자라도 '인재풀'에 등록하고 명절이나 직원 생일 때 과일과 케이크를 전달하거나 자발적으로 형성된 퇴사자 모임에도 간혹 참석해 안부를 확인한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 적응을 못하거나 갈등으로 또다시 전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에게 회사는 다시 재입사를 권유한다. '패션사관학교'라는 별칭이 생길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또 박 회장은 지식경영에 대한 소신도 남달라 이랜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잘 키워놓은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거나 이랜드에서 이탈하는 것을 박 회장은 뼈아프게 여긴다.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임금도 대폭 인상했다. 과중한 업무와 책임에 비해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가 약하다는 불만에 대해서도 개선했다. 매년 그룹 순이익의 10%를 떼어내 정년퇴직하는 직원에게 주는 '은퇴기금'을 조성하고 임금도 최고 50%까지 올렸다.
공채 신입사원의 경우 연봉 4000만원까지 지급받고 있으며 과장과 부장의 평균 연봉은 각각 6500만원, 1억원으로 올랐다. 구직자 사이에서도 이랜드의 인기가 수직상승했음은 물론이다.
이랜드 한 관계자는 “신입연봉도 높아지고 최근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이슈가 되면서 신입 경쟁률이 150대 1 정도로 높아졌다”면서 “지난해에는 임금이 평균 20% 정도 올라 직원 만족도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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