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연합(EU)이 스페인 위기와 관련해 비상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관계자들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스페인 국채 금리가 위험한 수준까지 오르면서 EU가 주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당장 비상대책은 필요치 않다는 것이 EU측 입장이라고 FT는 덧붙였다.
FT는 EU가 3단계의 비상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상 위기시 우선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책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스페인 은행들에 빌려줘 재정건정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스페인 은행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스페인 은행들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의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은행들이 3800억유로 규모의 부동산 관련 자산을 상각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상각한 규모보다 훨씬 더 큰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EFSF를 이용해 스페인 은행 재정건전성 강화를 돕는 것이 오히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독일은 EFSF를 이용해 은행을 돕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두 번째로 EU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국채를 매입해 스페인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다. ECB는 2010년 5월부터 위기 때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유로존 국채를 매입해 유로존 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했다.
올해 들어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최근 ECB는 유로존 국채 매입을 중단했으나 지난주 브느와 꾀레 ECB 집행위원이 스페인 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ECB가 국채 매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해서도 독일이 애초부터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으며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ECB 내에서도 존재한다고 FT는 설명했다.
세 번째 방안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EU와의 합의에 따르면 스페인은 내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로 낮춰야 한다. 지난해 스페인의 재정적자 비율은 8.5%였다.
스페인은 이미 EU와 약속했던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4.4%에서 5.3%로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11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4.4%는 전 정부와 합의한 것으로 이를 달성할 수 없다고 떼를 써 EU로부터 양보를 얻어냈다.
스페인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완화시켜준 것과 달리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헝가리에 대해서는 EU가 제재 조치를 가해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스페인이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6%로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EU가 완화시켜준 올해 재정적자 비율 감축 목표치 5.5%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 셈이다.
EU 일각에서는 3% 감축 목표를 1년 지연시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미겔 앙헬 페르난데스 오르도네스 스페인 중앙은행장은 17일 "스페인의 GDP가 지난해 4분기 0.3% 감소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줄었다"며 "스페인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졌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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