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톤 이상 트럭 차주를 대상으로 한 '기업형 차량대출'의 비중을 전체 신규 대출액 대비 20% 이하로 제한토록 하는 방안을 미소금융중앙회를 통해 각 기업ㆍ은행재단에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업형 차량대출은 미소금융재단 중 기업ㆍ은행재단이 트럭 차주를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대출상품의 명칭이다. 이들 재단은 1톤 이상의 트럭(5톤, 덤프 등)은 '기업형' 차량, 1톤 이하 트럭은 '생계형' 차량으로 분류해 전자에 대해서는 2000만~5000만원, 후자에 대해서는 최대 2000만원까지 연 4.5%로 대출해 주고 있다.
특히 삼성ㆍ현대ㆍSK미소금융재단 등 기업이 출자한 6개 재단의 경우 기업형 차량대출의 비중이 전체 대출의 40%에 육박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6개 기업재단의 지난해 대출규모가 약 1500억원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형 차량대출 규모만 6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각 은행이 출자한 은행재단 역시 기업재단보다는 대출 비중이 낮지만, 적지 않은 규모의 기업형 차량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정된 미소금융 재원이 특정 업종의 대출에 쏠리는 경우 다른 대출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적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특히 포터 등 1톤 미만의 '생계형 차량'에 대한 대출이 축소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1톤 이하 트럭을 운전하며 소매업을 하는 소규모 용달차 차주들을 지원하는 것이 미소금융의 진정한 의도"라며 "기업형 차량대출 증가는 미소금융의 본 의도와는 다소 어긋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쏠림현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미소금융이 차량대출에 지나치게 쏠린 것 아닌가"하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형 차량대출이 그룹 계열사의 영업 편의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수원에 본점이 위치한 삼성미소금융재단의 경우, 화물운송이 많은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 계열사와 거래하는 트럭 차주들에게 주로 대출을 실시해 주는 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대출을 해 주는 것이 좋겠지만 지나치게 편하게 영업을 하는 감이 있다"며 "1톤 이상 트럭 차주들도 자영업자들로 분류되므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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