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김형태 당선자 출당하라" 요구
부정적 시각 스스로 극복하고 존재감 키워
"기회된다면 교육감 도전" 정치 뜻 밝혀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해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준석 비대위원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이 비대위원으로 상징되는 '20대의 정치실험'이 대선에서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 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비대위원이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에 대한 출당 요구다. 김형태 당선자는 '제수씨 성폭행 기도'로, 문대성 당선자는 '논문 표절'이라는 휘발성 강한 의혹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당선됐기 때문에 묻힐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이를 먼저 이슈화한 것이 이 비대위원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이 두 당선자에 대한 출당을 결정할 경우, 어렵게 획득한 과반 의석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는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 사안을 묻고 갈 경우 '과반 의석'이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지만,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다.
이 비대위원의 직설적인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북한이 12일 로켓을 발사한 이후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비대위원은 "짜증난다"고 답했다. 여당의 핵심 지도부의 상황인식으로는 부적절하지만 '국민 소통'을 담당하는 그의 역할에는 가장 충실한 답변이다.
이 비대위원은 등장 당시부터 학력과 병역 의혹에 시달렸다. 총선을 앞두고 젊은층 표를 의식한 '얼굴마담'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전여옥 의원이 지난 1월'소년급제'라는 말로 이 비대위원에게 독설을 퍼부은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잦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가 트위터 활용지수를 공천에 활용하겠다는 안을 들고 나왔을 때 세간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이 비대위원은 이러한 부정적 시각을 자신만의 장점으로 극복했다. 하루 백여 통 이상의 언론 전화를 마다하지 않아 기자들 사이에선 가장 연락을 잘 받는 정치인으로 통한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을 통해 문자 인터뷰를 하고, 기자들에게 밥을 사달라며 식사 자리를 만들어 오해를 풀어갔다. 그는 일부 중대 사안을 제외하고는 꾸밈없는 표현으로 이미지를 변신시켜 나갔다.
'얼굴마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던 이 비대위원은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냈다. 그는 비대위 첫 회의 때부터 태블릿 PC를 들고 나타나 무거운 회의 분위기를 바꿨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위원장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고, 청와대와 국회 경험을 두루 갖춘 70대의 김종인 전 비대위원과 나란히 앉아 격의없이 회의를 하는 모습 그 자체로 변화를 상징하는 듯 했다.
새누리당의 쇄신을 주도한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 옆에는 항상 이 비대위원이 있었다. 이 비대위원은 디도스 국민검증특위 위원장을 맡아 당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특검법안을 통과시키는 역할을 했다. 비대위원 회의에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전해 철도공사 민영화 반대라는 입장을 끌어내기도 했다. 공천 과정에서 일부 공천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낙마에 이르게 하면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 위원장도 이 비대위원을 나쁘게 평가한 것 같지는 않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이 비대위원같은 젊은이가 정치의 미래"라며 "이 비대위원이 정치에 뜻이 있다면 (박 위원장이) 충분히 끌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비대위원은 4개월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놈이 정치를?'이란 책을 발간해 그간의 소회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연말 대선에서 필요하다면 박 위원장을 도울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책에서 그는 "기회가 된다면 교육감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정치와 계속해서 인연을 맺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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