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올해 해체(스크랩) 수순을 밟는 전 세계 노후선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운임, 고유가 등이 지속되자 각국 해운사 및 선주들이 '기름 많이 먹는 낡은 배를 운항하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함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호황기에 발주한 신조선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투입되고 있어 노후선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13일 영국의 조선ㆍ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해체 노후선 규모는 4860만DWT(재화중량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최대규모인 1985년의 4260만DWT를 뛰어넘는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2007년(600만DWT) 대비 무려 8배에 달한다.
업계는 해체선박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벌크선의 시황 부진과 신조선 인도, 고유가 등이 겹치며 전체 노후선 해체규모가 올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벌크선운임지수(BDI)는 11일 기준 944포인트를 기록, 3개월 가까이 1000포인트를 밑돌고 있다. 이는 대형 해운사의 손익분기점으로 평가되는 2000포인트선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에 반해 선박 연료로 쓰이는 380cst 벙커유 가격은 최근 t당 74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0년 평균치 대비 200달러 이상, 전년 대비로도 100달러가량 높은 수준이다. 선박연료유가 t당 100달러 인상될 경우, 7만DWT급 중형 벌크선은 연간 100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선 인도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노후선 해체 움직임을 부추기는 이유다. 해운사 및 선주로선 선박이 넘치는 상황에서 굳이 연료효율이 낮은 노후선을 운영하기보다 해체해 스크랩비용이라도 건지는 것이 '남는 장사'인 셈이다. 지난 2008년 말 기준 LDT(선박을 해체하기 위해 지급하는 선가 단위)당 270달러였던 벌크선 해체 수익은 최근 400달러대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올해 새롭게 인도되는 신조선 규모는 발주취소, 연기 등을 감안하더라도 1억5000만DWT 상당으로 추정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연료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노후선보다 연비효율이 높은 신조선을 투입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노후선 해체는 수급조절 측면이 있어 향후 해운시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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