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3일(현지시간) 유럽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AP통신 연례회의에 참석해 "미국인들은 `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가'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답변은 간단하다"면서 "유럽 경제가 무너지면 미국의 경제회복과 일자리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유럽과 전세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10년 `IMF 개혁안'에 포함됐던 미국의 추가 재원 출연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미국은 IMF에 630억달러를 추가 출연하기로 했으나 아직 이 개혁안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된 재정위기 `방화벽' 확대 방안을 언급한 뒤 "유럽이 먼저 움직인 만큼 이제는 우리의 화력을 증강시킬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확한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IMF 쿼터 비율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상태"라면서 "보충할 여지가 많다"며 재원 확대를 거듭 주장했다.
IMF는 현재 4000억달러인 기금 총액을 1조달러까지 늘려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20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상태다.
라가르드의 언급은 지난 1948년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후 대(對) 유럽 원조계획인 `마샬플랜'에 서명한 지 정확히 64년째 되는 날에 나와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어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 "가장 길고, 가장 어려운 겨울을 지나 긍정적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유럽은 금융안정의 길로 접어들고, 미국은 고성장과 실업률 하락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같은선진국들이 재정 지출을 축소하는 것은 그나마 온기가 들기 시작한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회복은 여전히 아주 취약한 상태"라면서 "유럽 금융시스템의 불안과 고실업, 유가 등이 회복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유로존 해체'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 취약한 국가들의 이탈에 의해 무너지지 않고 함께 뭉치길 바란다"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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