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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혁신과 돈벌이, 바이오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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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혁신과 돈벌이, 바이오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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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는 자신의 기술이 '효과 있다'는 확신(혹은 기초증거)을 갖는다. 그래서 임상시험과 같은 과학적 검증단계를 밟는다. 이 과정에는 돈이 필요하다. 때문에 그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이다.


환자들 입장에선 '혁신적 기술로 제조된 제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은 이런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난치병 환자의 귀가 솔깃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쯤 되면 의약품과 식품의 차이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운화라는 바이오벤처가 있다. 2년 전 세계 최초로 식물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데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예컨대 산삼 1뿌리의 줄기세포로 수십 뿌리 분량의 산삼 액기스를 만드는 기술이다. 보건복지부도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해 보건신기술로 지정했다.


운화는 이 기술을 이용해 천연물신약 등을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 비슷한 개념의 '또별(일종의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놨다. 말기암환자가 또별을 먹고 효과를 봤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운화는 '또별에 암 치료 효과가 있다'는 직접적 홍보(광고)를 하지 않았다고 억울해 했다. 하지만 운화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식물줄기세포가 가져다 줄 획기적 효능을 기대하며 또별을 구입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한 방송사가 이 문제를 집중 파헤치면서 운화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본연의 연구사업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환자의 다급함을 이용한 돈벌이'라는 단순한 잣대를 들이대면 운화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을 뿐 획기적인 치료 가능성이 높다면 수요는 생기기 마련이다.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고쳐주지도 못하면서 환자의 마지막 선택권까지 박탈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반면 입증과정을 거쳐보니 '효과가 없다'거나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이런 제품은 고가인 경우가 흔하다. 경제적ㆍ신체적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꿀 만한 신기술이 싹을 틔우고 있다면, 이 기술이 순조롭게 제도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업체들이 편법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게 지원해야 하며, 낮은 가능성과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실험에 환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사한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바이오벤처들이 몇 개 더 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들은 '생명을 구하는 혁신'과 '장사꾼' 사이를 오간다. 시장에 그냥 맡겨놓아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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