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이 연예인 사찰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특정 연예인 명단'을 작성, 경찰에 비리 사찰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총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인에 대한 사찰 의혹은 휘발성이 큰 만큼 초접전 중인 선거 판세에 메가톤급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에 이어 청와대의 연예인 사찰 보고서까지 공개되면서 초긴장 상태다. 2일 공개된 '정부 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에는 '특정 연예인 명단과 함께 이들에 대한 비리 수사 하명 받고, 기존 연예인 비리사건 수사와 별도로 단독으로 내사 진행'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특정 연예인 명단과 관련,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또 다른 문건에는 '김제동씨의 방송 프로그램 하차 사실, 좌파 연예인 표적수사 시비' 등이 언급돼 김제동씨가 주요 사찰 대상자라는 점을 암시했다.
국정원이 직접 김씨를 만나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연기획자이자 김제동씨와 친분이 두터운 탁현민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tak0518)에 "김제동 사찰 건은 진실일 것"이라며 "국정원 직원이 직접 김제동을 만나기까지 했고, 여러 경로로 김제동에게 '자중'(?)하길 권했었으니까"라고 썼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도 봐야하고 자체적으로 올린 것인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연예인 사찰 의혹의 후폭풍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직전 김제동씨의 갑작스런 방송 하차에 정권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거센 역풍에 휩싸인바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맡은 뒤 방송에서 하차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추모곡을 부른 가수 윤도현씨는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종영됐고, 방송인 김미화씨는 지방선거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KBS 블랙리스트' 존재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방송 장악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 야당 성향 연예인들의 잇단 방송 하차는 젊은 세대를 대거 투표소를 이끌었다. 특히 이들 연예인들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투표 독려 인증샷'은 투표율을 끌어 올리며 야당의 압승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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