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구성 변화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1ㆍ2인 가구가 약 5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4인 가구 중심'이던 주거문화도 차츰 1ㆍ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적인 것에 소유욕이 집중된 기성세대와 달리 임대 생활을 즐기는 수요자가 늘어난다. 소유에서 거주로, 거주에서 문화로, 그리고 아파트 중심에서 맞춤형 주택으로, 나만의 공간에서 우리의 공간으로, 현재 주거에 대한 인식은 다양하고 새로운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2009년 5월 처음 선보인 '도시형 생활주택'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 같은 변화를 예측하고 폭발적인 1ㆍ2인 가구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시킨 주택이다. 도입 초기인 2009년에는 한 달 평균 197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 초부터 증가하기 시작, 이젠 인기가 절정이라고 할 만하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으며 지난 연말까지 전국에서 인허가 된 도시형 생활주택의 물량이 무려 6만3000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급증이 중ㆍ소형 주택의 공급 부족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높은 분양가로 인한 임대료의 상승, 주차장 부족과 거주환경의 저하, 원룸형에 치우친 공급 등 사회적 우려도 낳고 있다. 저렴한 소형 주택 공급을 늘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취지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저출산 및 초혼 연령 상승에 따른 독신가구의 증가, 베이비부머 은퇴 및 고령화에 따른 노인가구의 증가, 다문화 가족, 외국인 가구 증가 등 다양한 가족 유형에 적합한 새로운 주거 유형을 연구개발해 더 나은 주거문화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함을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여성,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거주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복지 차원의 다양한 방안 제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나 '콤팩트 하우스(Compact House)' 등은 이 같은 주거문화의 변화를 시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사례들이라 할 수 있겠다. 셰어하우스란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주택 유형이다. 단순히 입주민들이 하나의 집합건물에 사는 것이 아니라 주거 공간에 대한 공유라는 점에서 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유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과 개인과 개인이 파편화된 사회에서의 정서적 유대까지를 포함한다. 연희동에 개발된 셰어하우스의 1층에 마련된 입주민 공용공간은 카페처럼 꾸며 입주민 간모임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도 접대할 수 있다. 기존 소형 주택의 외롭고 어두운 측면을 공용공간을 통해 이웃 간의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좁은 방안에서 나와 보다 밝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1ㆍ2인 가구의 증가로 당장 시급한 주택 공급에만 신경을 써 온 시행착오를 딛고, 이제는 더 나은 주거문화를 위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고층 아파트 형태나 대규모 재개발이 아닌 집과 동네에 대한 재발견, 중소 규모 건물의 미학을 살려 공급되어야 한다. 어느 건축학 교수에 의하면 길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4층 이하 규모의 건물들은 서울 시내 건물 가운데 89%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것은 이른바 '중간건축'이라 불리는 우리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보편적 건축물이다. 대형 개발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침체와 낙후의 장소가 아닌 서민과 중산층이 함께 살아가는 인간미를 불어넣는 삶의 터전으로서 마을 공동체가 활력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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