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이란의 핵프로그램은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핵제거를 위해 군사적 충돌을 예고한 가운데 군사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 전문가들은 일단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이란의 핵개발 시설물 위치가 모두 파악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시설이 지하 깊숙이 있기때문에 현재의 단순 폭격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또 이란 핵시설의 완전한 제거를 위해서는 다단계출격이 필요하며 확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지하 관통 폭탄인 최신형 벙커버스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폭탄으로는 역부족이다. 이에 미군은 무기 성능 개선을 위한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언론인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군은 2009년 보잉사와 벙커버스터 20기 구매 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3억3000만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최근 비밀리에 8200만달러의 추가예산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벙커버스터 보완 계획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염두에 둔 긴급 대응책의 하나라고 밝혔다.
또 미해군은 중동지역 작전을 총괄하는 중부군사령부의 요청에 따라, 해군이 낡은 군함을 개조하고 있다. 동 해역에 특수부대의 작전을 지원할 부유식 해상기지 파견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모함’으로 불리는 이 해상기지는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이 사용하는 소형 고속정과 헬리콥터들을 수용할 수 있다.
미군은 이란전을 대비한 가상전쟁을 컴퓨터상에서 연습해보는 워 게임도 실시됐다. 결론은 미군 200여명 사망은 물론 대규모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군은 워게임을 통해 '이스라엘이 미군에 통보 없이 이란 핵시설을 선제공격한다→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연관된 것으로 판단한다→이란이 미사일로 페르시아만에 있는 미군 군함을 격침해 약 200명의 미군이 사망한다→미국이 군사력을 총동원해 전면 보복전을 전개한다' 라는 시나리오 전쟁을 실시했다.
이 워게임에서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차적인 공격을 통해 1년, 미국의 추가 개입으로 2년 등 이란의 핵무장을 3년간 지연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미군없는 이스라엘의 이란공격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도 이란의 나탄즈 등 핵시설공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가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이 개발한 GBU-28다. 하지만 성능개량이 안된 구버전 벙커버스터보다 이란공격에는 최신형 벙커버스터 GBU-57/B(MOP)가 필요하다.
GBU-28는 지하 30.5m(콘크리트는 6m)까지만 뚫고 들어갈 수 있고, 다음 버전인 GBU-57/B(MOP)는 콘크리트 65m를 뚫고 들어갈 수 있고, 폭탄 탑재량도 GBU-28의 6배에 달하기 때문에 웬만한 지하시설을 완벽하게 파괴할 수 있다.
공군력도 아직은 미흡하다. 이스라엘 보유 F-15I와 F-16I 전투기들이 최단 거리를 선택해도 이란까지는 왕복 3000㎞ 이상을 날아야 한다. 작전거리가 멀어 공중 급유 없이는 작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난 1981년 6월7일 이라크의 오시라크 핵 시설을 기습 폭격한 ‘오페라 작전(Operation Opera)'에서 실력이 입증됐다. 당시 호위용 F-15와 폭격용 F-16이 동원됐지만 결국 파괴하지 못했다.
이후 후세인이 오시라크 핵발전소에 대해서 방어를 강화한 후인 1991년 제1차 걸프전,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 때는 미 공군 F-16기 48대와 F-117 스텔스기 17대를 동원해 한 달간 일곱 차례나 출격한 끝에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공군력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스라엘의 공격 루트는 터키나 요르단,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영공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비우호적인 이들 아랍 국가들이 허가를 쉽게 내줄 가능성은 낮다. 또 직선 항로를 저공 비행하고, 중간에 공중 급유까지 받아야 하며, 더욱이 일회 출격으로 제한되는 현실은 공군공격력을 더 떨어뜨린다.
이스라엘의 방어시스템인 아이언 돔은 지난해 4월 처음 실전 배치됐다. 레이더·통제센터·미사일발사대로 구성된 아이언 돔은 약 70㎞ 이내에서 적의 단거리 로켓포와 박격포탄 등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시스템이다. 적의 포탄 발사를 탐지한 레이더가 이동 궤적을 계산해 통제센터로 보내면, 통제센터는 이 포탄이 사람이나 시설물이 있는 곳으로 떨어진다고 판단될 때 요격한다.
한번에 포탄 여러 개가 날아올 경우 요격 대상 우선순위 설정도 가능하다. 최초 탐지에서 격추까지 걸리는 시간은 15~25초 정도다.
▲방어할 수 있는 이란의 군사력은= 이란의 정규군은 육군 35만명, 해군 1만8000명, 공군 5만2000명이다. 이 정규군 42만명외에 혁명수비대 12만5000명이 있다. 혁명수비대는 혁명 이후 발족된 정예부대로 국경 수비 및 치안 유지 등 국가 안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육군은 1700대의 전차와 장갑차 640대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전차로는 이란에서 자체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최신형 줄피카(zulfiqar) 전차 100여대를 비롯, 미제 M-60 전차와 러시아제 T-54, T-55, T-62, T-72 전차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러시아제 킬로(Kilo)급 잠수함 3척, 구축함 3척, 쾌속함 2척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최근까지도 대다수 함정이 노후하고 신식 무기를 탑재하고 있지 않아 전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자 2007년 잠수함 및 구축함 건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F-14, 미그29, SU-24s, SU-25s 등 281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상대방의 항공기를 탐지하는 레이더 시스템은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저공으로 비행하는 항공기까지 감시할 수 있다. 이란 핵시설 폭격을 위해서 100대의 이스라엘 전투기가 출격할 경우 60대가 격추될 가능성이 있다는 군사 전문가의 예측도 이 때문이다.
앞서 이란은 이날 차세대 미사일 발사함인 `졸파카르' 등 2개 함정의 생산라인을 공개했으며, 전날에는 비행거리가 1천㎞에 이르는 장거리 무인폭격기 `카라르'를 공개했다. 북한이 이란에 200여명 가량의 기술자들을 파견해 핵과 미사일 개발 등의 군사기술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은 원래 미국산 병기를 사용했으나 1979년 이란 혁명 후 도입이 불가능해졌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해 이란은 북한과의 미사일 거래를 시작했다.
이란의 미사일중 사거리 2000km의 샤하브-3 미사일은 이스라엘을 타격권 안에 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100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단거리 탄도 미사일 '샤하브-1'와 세질-2 미사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세질-2 미사일은 2000km의 사거리에다 샤하브-3의 단점인 부정확성까지 보완한 것으로 알려진 신형 미사일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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