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컨설팅社 롤랜드버거 켄모리 대표 진단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엘피다가 일본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방법으로 가서는 안 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방법이 회생의 방안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유럽 최대 전략 컨설팅 회사인 롤랜드버거의 켄 모리(Ken Mori) 일본 대표 겸 한국 회장은 1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세계 3위 D램 제조사인 엘피다가 단기간 내 매각이나 구조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파산보호까지 상황이 온 것은 삼성전자 등이 전개한 규모나 가격을 위한 투자 승부에서 차입금 중심으로 대응하며 승기를 놓치는 악순환을 반복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메모리반도체는 규모의 경제와 자금력의 승부인데 엘피다의 현재 사업 모델로는 승기를 잡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엘피다의 태상 자체가 여러 회사를 합병해 만든 집합체인 만큼 시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략을 구상해야 했는데 감당 할 수 없는 중압적인 투자 반복으로 대응하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모리 대표는 "물론 환율(엔고)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덕에 원료를 싸게 살 수 있었고 OECD국가의 임금과 물가가 50% 이상 오른 지난 15년 간 일본의 임금 상승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았다"며 "결국 이윤과 제품의 차별화 부재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고 밖에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좀 더 큰 그림에서 합병 등과 같은 큰 재생 프로그램으로 가야지 정부의 보조나 차입으로는 꾸준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물론 시장의 예상처럼 마이크론이나 도시바와 합작해서 가는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해법이라는 것도 몇 달 내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통한 사업 연명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의 기대처럼 법정 관리 진입 후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할 가능성도 낮다는 진단이다. 현재 시장은 엘피다가 법정관리 후 수익성을 높히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춰 적자 상태의 D램 공급을 줄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모리 대표는 "일본에서는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관제인이 오는데 경영 자체에는 많은 관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가동률을 낮추거나 하는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모펀드 등의 자금이 들어와야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데 자금의 규모가 워낙 커서 이마저도 정부 펀드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엘피다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마이크론과의 합병에 대해서는 "반도체는 중요 산업이기 때문에 경제산업성이 외국 기업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지키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자금 지원을 통한 연명 시나리오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결국 엘피다는 정부나 채권단 지원으로 좀 더 꾸려가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자면 일본은 설계부터 고객사와 함께해 가장 적합한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 것을 잘해온 만큼 전용 반도체 시장으로 가고 범용 반도체 시장은 규모의 경제에 강점이 있는 한국과 미국이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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