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전셋값이 너무 올라 고민 중인데 중소형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해서 견본주택에 나와봤다. 한 곳에서 두 대형사가 분양한다니 조금 더 둘러보고 결정할 생각이다"(인천 연수구 연수동 김세준 씨)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해 24평형대를 구입하더라도 돈이 남는다. 사전예약을 신청했는데, 그 전에 마감될 것 같다"(부산 해운대구 강지연씨)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인천 송도와 경남 양산에서 분양에 들어간 건설사들이 몰려드는 인파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려서다. 가수요까지 덧칠됐지만 실수요가 풍부하지 않고서는 현장에 최대 3만명씩이나 운집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위안을 삼고 있다.
특히 수요자들이 견본주택의 이곳 저곳을 꼼꼼히 훑어보며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모습이 연출되자 안도하는 모습이다.
◆분양가 낮춰야 산다.. '대세'= 수만명씩의 인파를 모이게 한 원동력은 단연 저렴한 분양가다. 입지와 품질도 중요하지만 기존 분양가나 인근 집값보다 싸게 책정한 분양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만에 대형사간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가 펼쳐진 송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모두 송도에서 나름 인지도를 높여 온 업체로 이번 분양 성적에 따라 향후 지역에서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하고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분양가 측면에선 대우건설이, 상품에선 포스코건설이 다소 앞선다는 평가다.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의 최저 분양가는 3.3㎡당 1000만원대. '송도 더샵 그린워크 2차'의 3.3㎡당 1100만원대보다 다소 저렴하다. 하지만 두 단지 모두 지난달 국민은행 시세 기준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평균 매매가 1242만원선보다는 낮다. 인근 21세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송도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미분양이 발생하며 분양시장이 침체됐다"며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몸값'을 낮춰 '착한 분양가'로 주택구매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면에선 우수한 학군을 활용한 포스코건설이 수요자의 관심을 샀다. 최근 발표된 포스코 자율형 사립고 설립을 적극 활용한 결과로 견본주택에는 학부모를 둔 학부형들의 상담이 이어졌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포스코나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동시에 분양한다는 부분과 최근 실수요가 찾는 중소형 주택이 포진돼 있어 관심을 끈 것 같다"며 "시장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송도의 성공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청약 결과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청약지역 광역지자체 확대 '원동력'= 양산신도시 '반도유보라 4차'는 청약지역 확대 조치의 첫 수혜단지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까지는 비수도권 광역시는 해당 광역시만, 도내 시ㆍ군은 해당 시ㆍ군만 청약이 가능했지만, 이번 조치로 청약 가능지역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광역시와 인접한 도지역이 같은 생활권으로 간주됨에 따라 경남 아파트에는 부산과 울산 거주자들도 청약할 수 있게 됐다. 대구와 경북, 대전과 충남, 광주와 전남도 공동 청약지역으로 묶이게 됐다.
특히 양산의 경우 부산 북부까지 전철로 20분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했다. 부산과 접해 있으면서도 1~2순위에는 청약접수조차 하지 못하고 미분양 물량만을 기다려야 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부산 화명동에서 온 유숙자(57세)는 "이전까지 부산지역 거주자는 청약이 안 된다고 해 발길을 돌렸는데 이번부터는 청약할 수 있다는 말에 견본주택을 둘러보러 왔다"며 "지금 살고 있는집이 너무 오래돼 묵혀둔 청약통장을 사용할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팀장은 "도 단위로 청약기회가 확대되면서 첫 수혜 단지인 양산유보라 4차의 청약결과에 이목이 쏠려 있다"며 "특히 접경지역인 화명동과 금정동의 경우 노후주택이 많아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도 인기 원인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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