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통신판매', 공정위의 외고집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데 혼자만 예스?

주류업계 '역차별' 반발..국세청 "탈세 난무할 것"..수입업체도 부정적 입장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와인에 대한 '통신판매(온라인, 전화주문, 택배 판매)'허용 방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와인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주류업계는 '역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주세법 및 주류의 통신판매에 대한 명령위임 고시를 보면 전통ㆍ민속주를 제외하고는 통신판매가 금지돼 있다. 전통주의 경우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위축된 농촌경제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허용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와인에 대한 '통신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와인의 통신판매가 허용되면 소비자와 직거래가 가능해져 유통단계를 줄일 수 있고 그 만큼 가격 거품을 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시 개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세청은 와인의 통신판매가 허용될 경우 무자료 와인과 탈세 행위가 난무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뜩이나 무자료 주류의 불법유통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반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내 주류업계도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인상 억제정책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와인의 통신판매 허용은 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는 일"이라며 "이 경우 와인 수입사들의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으로 업계는 시장잠식과 수익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와인의 통신판매를 허용할 경우 소주나 맥주 등의 통신판매도 막을 근거가 없다"며 "와인의 통신판매 허용은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와인 수입사도 부정적인 입장을 같이했다. 와인 수입사 한 관계자는 "얼마전 한국주류수입협회가 통신판매 허용을 반대하는 회원사의 입장을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통신판매가 허용되면 가격 경쟁이 잇따라 대형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다. 소형 주류도매상이나 소규모 수입상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와인이라는 것이 유통과 품질, 보관이 중요한데 이 경우 우후죽순식으로 상거래 사이트가 생기고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품이 난무하는 등 소모성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세청이나 관세청 기획재정부도 이런 시각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입장은 완강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1일 내부 간담회를 통해 통신판매 허용에 대한 논의를 했다"며 "공정위와 업계의 입장에 상충된 부분이 많았으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와인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통신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옳다"며 "공정위는 통신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