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월, 수, 금 tvN 오후 7시
“쇄신을 기대하긴 힘들겠네요.” 백지연의 말에 이상돈은 당황했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초대해 쇄신방안과 선거 전략을 물어본 이 날의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는 일견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백지연은 “이번 공천 신청자들도 법조인 11%, 언론인 9% 가량으로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래서야 여당이든 야당이든 쇄신이 되겠는가” 물었고, 이상돈은 “그런 문제의식을 확인한다면 이번엔 어려워도 20대 국회쯤엔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답하기 바빴다. 언뜻 예리한 질문으로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을 코너로 몰아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아쉽게도 제일 중요한 질문은 하지 못 했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의 실패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말이다. 공천 개혁을 통해 과거와의 단절을 꾀한다고 해서 과오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돈은 한미 FTA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말 바꾸기를 지적하며, 지난 정권 인사들이 과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반MB 정서에만 기댄다고 비판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비대위는 MB와는 다른 팀”임을 강조하는 이상돈에게도 같은 비판이 가능하지 않을까. 여당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가 정부 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모호한 자세로 일관하다가, 정권이 레임덕에 빠진 후에야 “거리를 두었기에 비판할 수 있다”고 나서는 것은 과연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인가. 백지연의 말대로 “쇄신을 기대하긴 힘”든 진짜 이유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책임은 방기한 채 이미 동네북이 된 대통령을 때리는 쉬운 방법으로 표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진정 쇄신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다면,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의 실패를 어떤 정책들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백지연은 묻지 않았고 이상돈도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상돈 다음의 게스트들이 다단계 사기 피해자, 이른바 ‘거마 대학생’들이었다는 것은 차라리 징후적이다.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이 없이 권력을 쥔 사람들만 바뀌는 동안, 희망을 찾다 지친 20대들은 다단계에서 희망을 찾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시대를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걸 묻고 답하는 일 없이는 쇄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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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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