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영규·김봉수 기자]#. 지난 18일 오후 인천항 여객터미널. 한-중 카페리항로가 오가는 이 곳엔 방금 도착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부산했다. 이들은 세련된 옷차림에 저마다 간단한 여행 가방을 소지한 채 한국의 이곳 저곳을 구경할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반면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인천항을 가득 메우던 초라한 옷차림의 보따리상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한참을 찾아야 몇 몇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보따리상들이 비행기 표 값보다 뱃삯이 싸고 휴대 가능한 짐의 무게가 많다는 이유로 인천~중국간 카페리항로를 이용했다"면서 "요즘은 보따리상들은 점점 줄어들고 양국을 오가는 여행객들이 더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예전에 인천항을 가득 메우던 '보따리상'이 사라지고 이 자리를 대신 중국인 관광객들이 메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와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 향상, 각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중국 관광객 유치 노력 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인천항여객터미널에서 지난해 2011년 이용객을 분석한 결과 총 104만3230명 중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 여행객이 57만8428명(55.4%)로 '보따리상'으로 불리우는 소무역상인(46만4802명ㆍ44.6%)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터미널 이용객들의 국적을 보면 중국 국적 이용객이 66만568명으로 전체의 63.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한국인이 35만7358명(34.3%), 대만인이 2만2665명(2.2%), 기타 2639명(0.3%) 순이었다.
즉 한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중국인들이 인천항여객터미널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05년 71만여명에서 2011년 220만여명으로 6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최근 3년새 매년 50만 명 이상 늘어나는 등 급증하는 추세다. 2009년 134만 여명, 2010년 187만5000명, 2011년 220만100여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1990년 한-중 수교 이후 인천항~중국행 여객선이 개설된 후 상당 기간 '보따리상'이 여객선 승객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당시엔 한국의 생필품을 잔뜩 사서 중국에다 내다 팔고, 중국의 농산물을 한국에 가져와 팔아 이득을 챙기는 '보따리상'이 승객의 대부분이었다. '보따리상'들의 교통수단으로 인식되어진 한중 카페리항로가 여객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인천~중국간 여객선에서 보따리상이 줄고 여행객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중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는 동시에 한류의 유행ㆍ일본 원전 사태 등으로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인천항여객터미널 측은 분석했다. 한~중 카페리노선은 항공노선과 달리 대규모 단체여행객들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경기도ㆍ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 노력도 한 몫하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중국 메이저 여행업체 11개사를 초청해 '뷰티& 고금 검진 의료 상품'을 주제로 팸투어를 진행하는 등 13억 중국 의료관광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인천시도 지난해 11월부터 도입된 영종도 투자이민제도를 계기로 중국인 투자ㆍ관광객 유치에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중국이 관광객 특히 의료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신사동의 JK성형외과를 비롯한 강남지역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중 80~90%가 중국인이라고 업계는 전하고 있다.
인천항 관계자는 "더 많은 여행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고 다양한 관광상품과 이벤트를 확대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할 필요성이 있다."며 "관광지 홍보 및 관광객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에게는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규·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