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車 팔고 기계·건설 담아.."최대 11조 추가매수 여력"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지난해 국내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연기금이 올해 들어서는 1조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마운드에서 내려 올 조짐이다. 지난해 8월 증시 폭락 이후 저가 매력에 한 달 평균 2조원 가까이 사들이며 적극적인 공세를 폈으나, 올들어 지수가 제자리를 찾아가자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은 연기금이 집중 매도하는 업종은 주가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며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28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가장 많이 팔아치운 업종은 전기전자(2428억원). 통신업(2276억원), 유통업(2255억원), 철강금속(1800억원), 보험(1063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운수장비도 '사자' 강도를 줄여 소폭 순매수(88억원)에 그쳤다.
가격 매력이 있을 때 담고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비중을 조절하는 패턴은 지난해와 올해 사고 판 종목 비교를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이후 연말까지 가장 많이 담았던 삼성전자(1조3431억원)를 비롯해 하이닉스(2266억원) 등 IT주들은 올해 들어 많이 판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지난해 8월 이후 매수 상위 20위 내에 이름을 올린 KT, SK텔레콤 등 통신주들과 포스코, 현대글로비스도 올해는 거꾸로 매도 상위 종목에 랭크됐다. 특히 올해 기아차, 현대차,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 자동차주들의 매도세가 눈에 띄었다.
1조원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이 올들어 사들인 업종은 기계(824억원), 건설(597억원), 증권(242억원), 화학(198억원) 등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대림산업, 삼성증권, LG화학, SK이노베이션, S-Oil, 한화케미칼, 금호석유 등의 비중을 늘렸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연기금의 순매도 물량 가운데 자동차 업종이 속한 경기소비재 섹터의 순매도 규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전반적인 매도우위 속에서도 에너지와 산업재에 대해서는 매수우위를 유지해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의 흔적이 뚜렷하다"고 짚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올해 추가매수 여력은 최대 11조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외국인의 '사자'세가 주춤해지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물량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기금의 추가매수 여력을 4조~5조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번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은 약 18.02%로 추정되는데 올해 목표비중인 19.3% 까지는 약 1.3%가 남아있어 이를 금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김영준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국민연금의 자산규모는 39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산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어 이를 감안한 추가매수 여력은 연간 11조원을 웃돌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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