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고려대학교는 8일 이철의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수소 흡착된 탄소나노튜브가 반금속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1991년 처음 발견된 탄소나노튜브는 탄소들이 모여 나노 크기의 긴 튜브를 형성한 것이다. 유연성이 좋아서 휘어져도 원상복구되기 쉽고 기계적, 전기적 특성이 우수해 나노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로 반금속을 제조하는 것은 학계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이 교수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에 수소를 흡착시키면 이로 인해 반금속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금속은 비금속과 금속의 중간 상태로 한 가지 스핀을 갖고 있는 전자만을 통과시킨다. 스핀은 전자의 회전 방향을 가리키는데, 보통 위쪽 방향과 아래쪽 방향으로 나뉜다. 두 가지 스핀을 갖고 있는 전자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 일반 금속과 달리 반금속은 한 가지 스핀을 갖고 있는 전자들이 선별적으로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교수는 "탄소나노튜브가 반금속성을 지니려면 흡착된 수소들이 적절한 패턴을 형성해야 하는데, 탄소나노튜브 합성과 소자제작이 현재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어 조건이 나쁘지 않다"며 "수소흡착으로 반금속성을 구현하는 것은 다른 탄소 소재에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나노튜브는 금속성과 반도체 특성을 모두 지닐 수 있어 전자소자로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금속 탄소나노튜브의 또 다른 장점은 친환경성이다. 전하뿐만이 아니라 전자의 스핀까지 활용하는 차세대 기술인 '스핀트로닉스'의 경우 이미 컴퓨터 기억 저장장치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보통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반면 반금속 탄소나노튜브는 탄소와 수소만으로 이뤄져 폐기 과정에서도 환경오염 우려가 없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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